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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PF정상화 펀드 1조원 조성 … 건설사 '돈맥경화'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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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금융 지원은
분양시장 침체 계속 이어지자
하루 1.5곳폐업, 2006년후 최다
◆ 9·26 주택공급 대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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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분양시장 침체가 심해지면서 폐업한 건설사 수가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과 일부 유망 단지를 위주로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대다수 지역에서는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폐업 건설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마련하는 주택 공급 대책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자금 지원이나 만기 연장, 보증 지원 등 금융 지원을 통해 건설사들의 자금 경색을 완화해 주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날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는 모두 405건으로 집계됐다. 매일 1.5곳의 종합건설사가 문을 닫은 셈이다. 같은 기간 435건이 신고됐던 2006년 이후 최대치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211건)에 비하면 2배 수준이다. 대우산업개발과 대우조선해양건설, 신일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안팎의 건설사들도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정도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건설사 폐업이 급증한 것은 올 초부터 이어진 분양시장 침체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9월 분양 물량은 13만5181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만2190가구를 분양한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연말까지 예정된 분양 물량을 모두 합쳐도 24만1608가구에 그쳐 지난해보다 13만가구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올해 내내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뤄온 탓에 예정 물량이 모두 실적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지난달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 부산, 울산 등 9개 지역에서 분양이 전무했다.

여기에 부동산 PF 시장 경색까지 겹치면서 건설사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 분양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자 신규 대출이 어려워지고 기존 대출의 차환도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대책 중 금융 분야는 건설업계 '돈맥경화'를 풀어줄 자금 공급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돈줄이 막힌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부동산 PF의 경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 위주로 신규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공급 대책 중 하나는 캠코와 5대 금융지주가 조성하는 1조원 규모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캠코가 5개 운용사(신한·KB·이지스·캡스톤·코람코자산운용)에 각각 1000억원씩 출자하고 개별 운용사들이 민간 자금을 1000억원 이상 모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과 신한지주가 일찌감치 참여를 확정했고, 지난 5월 5000억원 규모로 자체 펀드를 조성하며 PF 사업장 지원에 나선 우리은행도 1100억원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곧 출자를 발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PF대출 연체율이 평균 4%로 치솟은 캐피털 업권도 공동 자구책 마련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부실 관리를 위해 자체 자금을 투자하는 한편 민간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 수천억 원대 규모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번주 구체적인 펀드 조성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캐피털 업계가 자체적으로 PF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인데, 또다시 수천억 원을 부동산 시장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건설사 채권단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건설사 폐업이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지원에 나서기는 하지만, 우량 사업장도 아닌 곳에 막대한 자금을 출자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다"고 털어놨다.

[이석희 기자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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