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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확대" 꿈은 물 건너 가고...삼성·SK "중국 공장 전략 수정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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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확대" 꿈은 물 건너 가고...삼성·SK "중국 공장 전략 수정 어쩌나"

입력
2023.09.25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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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반도체법 가드레일 확정안 받아 든 반도체 업계
핵심 안건은 3월 초안 그대로 확정
산업부 '선방' 자평했으나 업계에선 회의적
중국 공장에선 구형 제품만 생산할 듯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5%로 제한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졌다. 업계에서는 양사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공장에 대한 대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예상하고 있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22일(현지시간)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의 최종안을 알렸다. 가드레일은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해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허용치 이상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울 경우 보조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확장 기준은 보조금 수령 시점부터 10년 동안 반도체 원판(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로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하로 정해졌다. 우리 업계와 정부에서는 3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안이 공개된 뒤 투입량 기준을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상 중국에서 증설하지 말라는 뜻"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일지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일지


미 상무부와 가드레일 조항 관련 협상을 진행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최종안을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초안 대비 ①웨이퍼 투입량을 반도체 시장의 계절별 변동 등을 고려해 월 단위가 아닌 연 단위로 바꾸고 ②상무부와 협의 때 구축 중인 설비를 가드레일 제한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점 등을 들어 "업계의 경영 환경을 반영하고 국가 안보 우려가 없는 정상적 비즈니스 활동은 보장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핵심 안건이었던 웨이퍼 투입량 기준 자체가 변하지 않은 만큼 초안 대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며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10년에 5%면 1년에 0.5%씩 웨이퍼 투입량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인데 이 정도 늘려서는 규모의 경제가 나올 수 없다"라며 "결국 중국에서 증설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선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설비는 모바일 제품서 자동차용으로 전환" 제안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 시설에 대한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2, 3년마다 새 장비로 바꾸는 동시에 생산 라인을 늘리면서 현지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해 왔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낸드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과 인텔에서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에서 각각 D램 생산량의 40%와 낸드 생산량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양사가 중국 공장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세대 제품만 만들고 첨단 제품은 국내에서 전량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앞으로는 미국 측 가드레일 기준에 맞춘 수준 정도만 생산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미국의 규제를 넘기더라도 첨단 제품이 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용 반도체 등 현지 설비에 대한 대전환을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최근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줄면서 메모리반도체의 생산량도 줄이고 있어 시간을 어느 정도 벌었다는 평가도 있다.



장비 반입 규제 남아있어…업계선 "불확실성 여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내 반도체 생산 현황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내 반도체 생산 현황


한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역시 중요한 변수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없게 하는 규제안을 마련했지만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적용을 1년 동안 유예했다.

가드레일 규정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조건이 있어서 우리 기업들이 선택할 여지가 있는 반면 장비 규제는 적용 즉시 우리 기업의 현지 공장 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규제의 유예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방한 중인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 기술협력 포럼'에서 유예 기간 연장 여부와 관련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합법적인 사업은 계속하게 허용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들의 반도체 기업들을 불필요하게 옥죄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가드레일 협상 과정에 우리 정부의 핵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자칫 장비 규제 유예에서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지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설사 이번에 유예된다 해도 해마다 이런 불확실성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장기 비전을 결정하는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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