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진출한 K-뷰티 제품들이 가성비 화장품을 찾는 일본의 MZ세대 K-팝 팬들을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자국 화장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본 시장에서 색조 화장품 등 중저가 K-뷰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작년 일본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775억엔으로, 처음으로 프랑스산을 누르고 1위에 올랐으며 올해 상반기까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메이크업 브랜드 '라카'를 운영 중인 라카코스메틱스의 올해 3분기까지 해외 매출은 전체(125억원)의 70%에 이른다.
해외 매출 대부분은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 매출 중 45% 이상이 직영 온라인몰에서 발생했다.
특히 립 제품이 인기다. 라카는 큐텐재팬의 할인 행사인 11월 메가와리에서 12일간 립 카테고리 상품으로만 1억4000만엔 이상의 판매액을 올렸다.
라카 관계자는 "라카는 올해 상반기부터 오프라인 채널로 본격 진출하고 있다"며 "일본 3대 버라이어티숍인 로프트, 플라자, 앳코스메에 입점한 상태로 올해 말까지 300여곳에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녀공장도 '갈릭 나이아신 2.0 에센스', '퓨어 클렌징 오일' 등 인기 제품을 앞세워 일본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올해 마녀공장의 3분기까지 일본 매출액은 234억원으로 전체 해외 매출의 58.5%를 차지했다.
마녀공장은 일본에서 오프라인 점포 약 4600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온라인 채널로는 아마존, 라쿠텐, 큐텐재팬, 조조타운, 앳코스메쇼핑 등에 입점했다.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일본 진출도 활발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 이니스프리, 라네즈에 이어 지난 9월 자사 브랜드 에스트라와 헤라를 일본 시장에 진출시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23년 2분기 일본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했으며 3분기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VDL과 글린트 바이 비디보브, 프레시안 등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있다. 지난 9월 일본 뷰티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프리미엄 색조 브랜드 힌스(hince)의 모회사인 비바웨이브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힌스의 경우 일본 직영점인 힌스 루미네이스트 신주쿠, 힌스 아오야마, 이세탄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국과 같이 일본시장은 현지 회사 M&A(인수합병)를 통해 현지의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K-팝 인기에 일본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의 가성비 아이템 구매 경향이 맞물려 한국 중저가 브랜드가 일본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시세이도 등 일본 주요 화장품 업체가 중저가 브랜드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틈새시장'이 만들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수익성을 위해선 중저가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으로 현지 시장 공략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병선 코트라 후쿠오카무역관은 지난 5월 내놓은 '일본 화장품 유통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에 비해 고객 타깃이 Z세대(1997∼2006년생)에 국한돼 있다는 것은 한계점"이라며 "현금 보유력이 가장 높은 단카이세대 등을 타깃으로 한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