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마케터에게 데이터 분석” 논란

입력:2025-03-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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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
비전공자에게 시험 강제 ‘뒤숭숭’
“직원 역량 높이려는 권고” 해명

사진=연합뉴스

쿠팡이 마케터 직군으로 입사한 일부 직원들에게 자체 데이터 분석 시험을 보도록 공지하면서 불응 시 사실상 인사 대상에 포함되도록 조치한 정황이 드러났다. 쿠팡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권고성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갑작스러운 통보”라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쿠팡 광고 조직 산하의 일부 팀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던 직원들에게 오는 4월까지 ‘L5 데이터 애널리스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내려갔다. 이 시험은 쿠팡이 데이터 분석 직군을 채용할 때 요구하는 조건 중 하나다. 코딩 등 관련 경험이 없는 비전공자가 단기간 내 합격하기는 어려운 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시험을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내부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다. 기존 업무와 시험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데다 6개월은 시험 준비 기간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반강제적으로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일부 직원들은 전보 배치를 신청해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시험 응시 공지는 ‘강요가 아닌 권고’에 해당하며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30일 내 재시험을 볼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이 시험 준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점을 고려해 근무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이번 조치가 급변하는 광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소비자의 요구가 진화하고 데이터 분석이 중요해진 환경에서 팀에 기대하는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며 “회사는 직원들이 역량 함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커리어 변경을 원하는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데이터 역량을 강화한다는 쿠팡의 공지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소통의 부재로 인해 시험 관련 강제성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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