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보다 ‘지배구조 개선’… 달라진 주주 제안 트렌드

입력:2025-04-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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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총 주주 제안 164건 분석
‘임원 선입 및 이사회 구성’이 55.5%
“주주들 더 적극 활동”시사 지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된 주주 제안 중 절반 이상이 이사회 구성과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주주 제안의 다수를 차지하던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을 넘어 주주들의 관심사가 이사회 구성과 같은 거버넌스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4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총 164건의 주주 제안이 상정됐다. 주주 제안 안건의 세부 내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임원 선임 및 이사회 구성’으로 55.5%(91건)를 차지했다. 이어 ‘주주 환원 및 자본배치 정책’이 30건으로 18.3%였고 ‘보상체계’(8건), ‘지배구조 개편’(1건) 등이 뒤를 이었다. 164건 중 가결된 안건은 18건(11.0%)이었고 부결은 90건(54.9%), 자동 폐기는 56건(34.1%)이었다.

주주 제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볼 때 주주들의 관심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에서 기업 거버넌스 개선으로 확장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연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주들이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인 관여 활동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주주 제안 중 위에 열거하지 않은 나머지 34건도 집중투표제 도입, 주주가치 제고 계획 수립 및 이행 의무화 등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안건들이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새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의 결정을 제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윤태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은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주주 제안은 요즘 더 늘어나는 추세는 맞다”며 “과거에는 문제의식이 있더라도 지분을 많이 보유한 주주가 아니라면 안건 제안이 어려웠지만 소액 주주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주주로서 행동해 봐야겠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주주 제안 주체 중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 비중도 2015년 27.1%에서 2024년 50.7%로 급증했다.

주주 제안의 주총 통과 여부를 떠나 새로운 형태의 주주 제안이 안건으로 상정된 사례도 생겼다. 이마트가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밸류업 관련 ‘권고적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가결되더라도 회사가 반드시 내용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주총 결의사항으로 명시된 사항만 주주제안으로 다뤄 권고적 주주제안이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마트가 국내 상장 대기업 중 처음으로 권고적 주주 제안을 올린 것이다. 이 안건은 결국 부결됐지만 업계에서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이마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 소장은 “최근 경향을 보면 무리한 배당 요구 같은 제안은 많이 없어졌다”며 “재계도 소액주주 활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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