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대 둔화세 지속에도…농산물 가격 상승률 13.6%
이상기온에 작황 안 좋아
30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유가 하락에 물가 한풀 꺾여
옷값 상승률 축소 등도 영향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대폭 둔화됐지만 농산물 가격상승률은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상기온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일부 과일과 채소 품목은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40% 넘게 오르는 등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쉽게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전월(3.8%)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올해 저점을 기록한 7월(2.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기름값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진 것이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25%포인트로 나타났다. 석유류 가격이 내리지 않았으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55%에 달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하락 영향을 배제해도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은 점차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가격 등락이 커지는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달 3.3% 상승하며 전월(3.6%)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지난해 3월(3.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의복이나 기타 내구재 등의 가격상승률이 전월에 비해 축소된 점도 물가 둔화세에 영향을 미쳤다. 섬유 제품 가격상승률은 10월 7.8%에서 지난달 5.4%로, 내구재 가격은 10월 3.3%에서 지난달 2.5%로 낮아졌다.
다만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지난 10월 급등한 농산물 가격이 지난달에도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식료품 위주의 서민 체감 물가는 두 달 연속 고공행진했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13.6% 오르면서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55.5%), 복숭아(44.4%), 감(24.6%), 귤(16.7%) 등 과일과 오이(39.9%), 파(39.3%), 토마토(31.6%) 등 채소 가격이 지난달 일제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신선 채소와 과일에 수산물까지 포함한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12.7% 올랐다. 지난해 9월(12.8%)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올해 농작물이 모두 이상기온 피해를 입은 만큼 과일 등은 향후 몇달간 높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