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보험계약 해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가입한 저축성 보험을 끊고 더 높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리기 위해 보험계약대출을 쓰는 가입자도 늘어났다.

고금리 예·적금 늘어나자…저축성 보험도 '갈아타기'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가 올 8월까지 고객에게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30조819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0조2827억원 대비 52% 늘어났다. 해약환급금은 보험계약의 해지나 효력 상실 등으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이다.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하는 저축성보험을 해지한 사례가 많아진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일반계정 기준 저축성보험의 해약환급금은 12조8975억원으로 작년 기간(9조7767억원)보다 31.9% 증가했다. 보장성보험(5조4704억원)보다 해약환급금이 두 배 이상 많았다.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이 많아지면서 저축성보험 인기는 시들해진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까지 저축성보험 신계약 누적 건수는 19만2053건으로 전년 동기(27만4681건)보다 30%가량 줄었다. 작년에는 연말에 보험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고금리 저축보험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연간 판매 건수가 75만6252건까지 치솟은 바 있다.

가입자들이 보험을 깨거나 대출받는 데는 경기 불황의 영향도 적지 않다. 생보사가 8월까지 가입자에게 지급한 효력상실환급금은 1조94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352억원) 대비 31%가량 늘었다. 효력상실환급금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경우 보험사가 주는 돈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보험계약대출을 쓰는 사람도 늘어났다. 8월 말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58조3097억원으로 작년 말(49조1632억원)보다 18.6% 증가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서비스다. 대출금리가 신용대출보다 싸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