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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1000조 시대… "장사 안돼 빚 갚기도 벅차"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29 18:28

수정 2023.10.29 18:28

금리 2%대 빌린 대출이 6%로
"원재료값 오른데다 매출 저조
이제 장사 접어야 하나 고민"
자영업자 대출 1000조 시대… "장사 안돼 빚 갚기도 벅차"
#. 서울 송파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모씨(32)는 폐업을 고민중이다. 팬데믹에 배달 특수로 정점을 찍었던 매출은 점점 줄고, 금리가 많이 올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씨는 "처음 빌릴 때 대출 금리는 2%대였는데 지금은 6%가 넘어가고 있다"며 "주변 사장님들이 장사를 포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빨리 관둬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했다.

고금리·고물가에 경기침체로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자영업자들이 '3중고'를 겪고 있다. 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역대급인데도 저·중소득 자영업자 대출이 늘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자영업자 대출 1000조

29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1033조7000억원보다 9조5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역대 최대인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연체율은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1.15%를 찍었다.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원에서 2분기 125조2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증가했다. 중소득 자영업자도 같은 기간 187조2000억원에서 200조9000억원으로 13조7000억원 늘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 이자는 각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장사를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다"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경기 침체로 장사가 안돼 대출 상환도 어려워지는데 비용이 치솟으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30)은 "예전에는 투자 목적으로 사업자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았다면, 요즘은 버티기 어려워 긴급대출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이번 달 해결하면 또 다음 달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침체

고물가에 공공요금까지 올라 자영업자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 6~7월 2%대로 내려앉았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오르며 8월(3.4%)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다. 서울 마포구에서 소규모 빵집을 운영하는 노지희씨(36)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지난해 4월 가게를 열었는데 그때보다 원재료값이 다 25% 정도 올랐다"며 "자영업자들끼리는 '지금보다 더 경기가 나빠질 거니까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는 농담을 주고 받는다"고 토로했다.

경제 전망이 당분간 어둡다는 점도 자영업자들의 큰 고민거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월 11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고물가·고금리로 실질소득이 준 탓에 상품 소비 부진이 지속된다"면서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고, 국제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키우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정은 자영업자들의 고통 경감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내놨지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9일 코로나 시기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일부 선지급된 재난지원금(최대 200만원)에 대한 환수를 면제하기로 했다.
약 57만 소상공인에 대해 8000여억원의 환수금 부담이 면제될 전망이다.

또 소상공인의 이자 비용 경감을 위해 기존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 '새출발기금'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매출 증대를 위한 전 국민 소비캠페인인 12월 연말 눈꽃 동행축제 등을 열어 전국적 할인 행사를 하고 온누리 상품권 구매 한도도 특별 상향하기로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강명연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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