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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빚투 종목'에 느닷없는 매도 폭탄 … 커지는 반대매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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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크게 오른 8개 종목 동반 하한가
◆ 금융시장 또 혼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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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9시 30분께 증시가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레 폭락하는 종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매도 폭탄이 쏟아지며 수직 낙하하는 종목이 늘어났다. CJ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순식간에 하한가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지자 '주문 실수 아니냐'는 추정까지 제기됐다.

결국 이날 코스피 5개 종목(대성홀딩스·다올투자증권·삼천리·세방·서울가스)과 코스닥 3개 종목(다우데이타·선광·하림지주)은 하한가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목 폭락 사태를 두고 시장 안팎에선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CFD 거래는 국내 투자자가 증권사에 주문을 넣더라도 실제 거래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폭락한 종목들의 매도 창구 상위에 SG증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FD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반대매매가 대량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주가 등락에 따른 차액만 결제하는 파생생품으로 장외파생계약(TRS)의 일종이다.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양도세를 물지 않아도 되고 증거금률 40%를 충족하면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매매가 가능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차입 비율이 높을수록 적은 주가 변동에도 반대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 위험 역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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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CFD 거래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맡을 뿐이고 실제 주문은 외국계로 들어간다"며 "오늘처럼 일시에 폭락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와 CFD 계약을 맺은 몇몇 증권사는 자사와 관련 없는 해프닝이라고 선을 긋거나 관련성에 대해 당장은 확인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장에서는 폭락한 종목들이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빚투) 비율이 높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늘 가장 큰 화두는 수급 이슈로, 특정 창구를 통한 CFD 매물 출회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으나 세부 추정은 기술적으로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과도한 레버리지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특정 펀드가 만기연장(롤오버)에 실패하면서 반대매매가 진행됐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CFD 반대매매는 보통 오전 10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올 들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빚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종목 폭락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빚투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업무를 잇달아 중단하고 있어 향후 증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폭락 종목들은 신용융자 비율이 10% 안팎으로 높은 수준이다. 투자 심리가 악화돼 추가 하락하면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가 쏟아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매매는 통상 증권사가 주식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뒤 주식 가치가 대출한 돈의 140% 밑으로 내려가면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는 반드시 거래가 체결되기 위해 전 거래일 종가의 하한가로 주문이 이뤄져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올 들어 빚투는 위험 수준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이달 11일 1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1일에는 10조5385억원까지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9조8632억원으로 두 시장을 합하면 20조원을 웃돈다.

앞서 신용융자 잔액은 2021년 9월 25조원대까지 올랐던 바 있다. 지난해 6월까지도 잔액은 20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1월 11일 15조원대까지 내렸다가 다시 20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개인의 코스닥시장 누적 순매수액 가운데 빚투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이달 21일까지 개인의 코스닥시장 누적 순매수액은 6조1278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 증가분은 2조7817억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의 4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 기타법인은 모두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세를 보였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처럼 신용융자 증가액이 개인 순매수대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단기 레버리지 베팅이 코스닥시장 강세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증시 후폭풍이 클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 강민우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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