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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에게 결정권을 주지마세요”…크루즈여행에 MZ세대가 몰린다

크루즈 여행지로 각광받는 그리스의 산토리니[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어떤 종류의 결정을 내리거나 비판적 사고를 할 필요가 없던 단순한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크루즈에 탄 4일 동안은 제가 결정해야 했던 것이 ‘오늘은 어떤 선베드(sun bed) 위에 앉을까’ 뿐이었습니다.”(34세 미국인 조던 쇼머)

은퇴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크루즈 여행이 세대를 막론하고 인기 있는 여행 상품이 됐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매체는 특히 젊은 MZ세대 사이에서 뜻밖의 크루즈 열풍이 불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배에 탄 시간 동안 매 끼니 직원들이 차려주는 밥을 먹어야 하고, 배가 향하는 곳 외에는 내릴 수 없는 ‘통제된 상황’에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쇼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생각이 많은 저에게 이 강제적인 순응은 예상치 못한 보너스였다”면서 “바쁜 일상 와중에 여행 일정까지 일일이 제가 결정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직접 크루즈에 승선해 취재를 진행한 새라 보스워스 기자도 20대로서 “20대 관광객도 하루 100달러 정도로 큰 돈을 탕진하지 않고 며칠 동안 햇볕을 쬐며 휴가를 즐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는 섬을 돌아다니고, 승객들은 가끔 내려서 항구 도시를 탐험하고, 다시 승선하면 풍성한 열대과일 음료와 식사가 준비돼 있으니 매우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도 MZ세대 여행객의 증가 추세를 주목하고 있다.

크루즈 여행사 버진 보이지스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 네이선 로젠버그 “젊은 고객들이 생일, 졸업, 승진, 심지어 이혼을 축하하기 위해 승선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 카라 월리스도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는 경향이 강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어느때보다도 많이 크루즈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 회사들은 더 많은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광고 기법도 조정한다. 로얄캐리비안은 인기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최신 크루즈 선박을 홍보했다. 버진보이지스는 크루즈와 거의 관련이 없는 틱톡 댄스 챌린지의 바이럴을 유도해 일반 광고보다 두 배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핀터레스트에서 18세에서 24세 사이 이용자의 ‘크루즈 분위기’와 ‘럭셔리 크루즈’ 검색량이 지난해 각각 145%와 95% 증가했다. 해시태그 #크루즈톡이 포함된 틱톡 동영상은 1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편, 이처럼 ‘소셜미디어 과몰입’ 상태인 MZ세대가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외부 세계와 단절되는 크루즈를 타는 심리도 포착됐다. 여느때처럼 소셜미디어를 하려고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가 파도와 일몰을 보며 두 시간 이상 생각에 잠겼다는 간증이 잇따른다.

WSJ는 “현실에서 과부하가 걸린 이들은 작은 도피 문화를 찾는다”며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크루즈는 최고의 탈출구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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