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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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이 2012년 선보인 ‘불닭볶음면’은 원래 매운맛 마니아를 겨냥한 일종의 틈새 상품이었다. ‘지나치게 매운 괴식(怪食)’이라는 인식 때문에 처음엔 시장 반응이 미지근했다. 하지만 제품 특유의 중독성 강한 매운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이 늘더니 2014년 무렵엔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파이어 누들 챌린지’가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관련 유튜브 영상만 100만 개 넘게 제작될 정도로 챌린지는 세계인의 놀이 문화가 됐다.

작년 말 누적 판매량 46억 개를 돌파한 ‘불닭 시리즈’는 고전하던 삼양을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다. 삼양 연간 매출의 70%가량이 불닭 시리즈에서 나온다. 삼양은 불닭 시리즈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1961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60년 만에 ‘연매출 1조원’ 눈앞

삼양은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본격화한 2016년 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던 매출(연결 기준)은 지난해 9090억원으로 6년 만에 2.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930억원에서 6057억원으로 6.5배 급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5.8%에서 지난해 66.6%로 커졌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삼양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386억원, 1199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MZ '불닭 챌린지' 놀이…삼양식품, 매출 1兆 클럽 눈앞
불닭볶음면은 창업주 전중윤 회장의 큰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사진)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서울 명동에서 매운 음식을 먹으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극도로 매운 볶음면’이란 콘셉트를 잡아 1년여간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를 들여 연구한 끝에 불닭볶음면을 내놨다.

출시 첫해 판매액은 75억원 수준이었다. 삼양 내부에선 출시 후 반짝 이목을 끌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숱한 라면처럼 불닭볶음면도 ‘패스트 메뉴’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파이어 누들 챌린지의 폭발적인 유행을 타고 지금은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 등 라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이를 두고 김 부회장도 “하늘이 도왔다”고 말한다. 수출 물량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삼양은 95개국에 불닭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글로벌 MZ '불닭 챌린지' 놀이…삼양식품, 매출 1兆 클럽 눈앞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변형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모디슈머’의 확산도 불닭 시리즈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요인이 됐다.

삼양식품은 유튜브 등에서 치즈 참치 계란 등을 활용해 매운맛을 완화한 불닭볶음면 레시피가 등장하자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을 선보여 연속 히트시켰다.

‘불닭떡볶이’ 등 간편식과 소스까지 합치면 불닭 시리즈 제품은 총 29종이다. 불닭 시리즈의 독주가 이어지자 지난달엔 인스턴트라면 원조인 일본 닛신이 까르보불닭볶음면과 비슷한 미투 제품 ‘야키소바볶음면’을 내놓는 일까지 벌어졌다.

삼양은 작년 말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해외 지역 영업마케팅본부와 해외 물류 전담 조직을 세웠다. 삼양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1년에 서너 달씩 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수출 드라이브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