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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인' 발단 P코인 시세 조종…적발돼도 왜 처벌 어려울까

'증권성 적용' 어려워 처벌 쉽지 않아…맞춤형 규제 필요성
P코인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檢 '수사 확대' 신중한 이유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2023-04-18 06:20 송고 | 2023-04-18 14:40 최종수정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4.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4.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강남 납치·살인' 발단 퓨리에버 코인(P코인)의 시세조종이 두 차례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으나 검찰은 P코인 수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현행법상 처벌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암호화폐 시세조종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주가 시세조종 행위로 해석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명확한 처벌 근거와 함께 맞춤형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처벌해도 '솜방망이'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제1부(부장검사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 P코인 상장 직후 시세조작(MM·Market Making)으로 다수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우(35)와 황대한(35), 연지호(29) 등 주요 피의자 '3인조'가 벌인 '납치 살해 사건'의 배경에 P코인의 시세조종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중반 여성 A씨를 차로 납치한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범행 배후로 꼽혔던 유상원(50)·황은희(48) 부부도 이경우에게 범행 대가로 7000만원을 제공한 혐의(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P코인이 주목받은 것은 유씨 부부와 A씨가 초기 투자자를 모집한 암호화폐였기 때문이다.

P코인은 코인원에 신규 상장됐던 2020년 11월 13일 당시만 해도 2700원대였지만 약 한 달 뒤인 2020년 12월 21일 1만1600원대로 4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폭락했고 P코인 투자 실패를 두고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유씨 부부와 A씨 간 갈등은 극심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했던 만큼 'P코인 시세조작' 의혹을 겨냥해 검찰이 수사를 적극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요컨대 암호화폐에 '증권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 자본시장법상 주가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하는 데 '다툼의 여지'가 있다.

재판 과정에서 증권성 유무를 놓고 법리적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암호화폐의 증권성에 관한 뚜렷한 해석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치코인(국내에서 발행한 코인)과 유틸리티코인(블록체인 관계망에서 특정 서비스·제품을 사용하도록 발행하는 암호화폐) 등 주요 암호화폐 시세조종만으로 실제 처벌받은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3.3.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3.3.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법원은 지난해 10월 테라폼랩스 업무총괄팀장 유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암호화폐) 루나 코인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인지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P코인 업체 수사에 신중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상장 대가로 자금을 받는 '상징피' 의혹과 관련해) 코인원 브로커 및 임직원 유착 비리를 집중 수사했고 (P코인) 발행 업체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규제 없는 틈 타 각종 불법…피해액만 4조7000억원

뚜렷한 규제가 없는 틈을 타 시세조종과 다단계 사기, 불법 상장 등 각종 불법이 들끓더니 최근 5년간 가상자산 범죄 피해액만 4조7000억으로 불어났다.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상자산법안'을 시작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18개 발의됐으나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투자자 상당 수도 2030세대 눈치를 보며 규제 마련에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새로운 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거래에서 이뤄지는 불법성을 규제할 수 있는 맞춤식 법률이 최대한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인정해서 자본시장법으로  규제가 가능하나 가상자산에 증권성을 인정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며 "가상자산 시장에 맞는 특화된 규제법을 신속하게 만들어서 자전거래를 통한 시세 조종과 같은 여러 불법을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공필 디지털금융센터 대표는 "수익을 내고 그것을 배분하는 전통적인 증권성 기준을 가상자산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사기적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규제하되 혁신적 요소와 사기적 요소가 섞인 만큼 규제 일변도는 자제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서 포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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