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경영’ 실패…위기국면에 비용절감, 대량감원 등 ‘땜질처방’
핵심 인재들 대거 퇴사, R&D집중보다는 ‘해고 공포’로 뒤숭숭한 나날
엔데믹 후 직원들 ‘회사복귀’, 경영진은 뉴욕․유럽 등 원하는 주거 선택
MS․구글․아마존․트위터 등 초대형AI에 매진, 반면에 메타는 ‘비전’ 상실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기술과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 통신)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기술과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 통신)

오픈AI의 챗GPT 이후 초대형 생성AI 경쟁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유독 ‘메타’(前 페이스북)만이 갈팡질팡 혼란 속에 나아갈 바를 찾지 못하고 있다. 2만1천명에 달하는 대량 감원에다, “섣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메타버스 전략,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 등이 이런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다간 “세계 ‘5대 빅테크’의 하나인 메타의 앞날은 매우 비관적”이란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즈> 등 그간의 외신 보도를 다각도로 종합해보면 한 마디로 지나친 대량 해고로 인한 인재 부족, 그리고 마크 주커버그 등 경영진과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책임감 상실 등이 특히 ‘메타’호가 표류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구성원들 대부분의 전에 없는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생산성과 아이디어의 실종을 낳고 있다.

이는 비단 ‘메타’라는 미국기업의 특수한 사례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의 총체적인 경영 실패가 잦은 국내 기업들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것이다. 그로 인해 기업의 운명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대량감원과 사기 저하, 리더십 부재가 ‘위기’의 원인

외신을 분석해보면, 특히 메타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사심 상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직원들 대부분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업무의 생산성 향상보다는 그저 또 다시 닥칠 감원과 회사 방침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메타의 핵심인재들인 엔지니어들은 업무나 기술 개발에 몰입하기보단, 사내 온라인 채팅창을 통해 자신들의 ‘운명’을 걱정하느라 바쁘다. 누군가 채팅을 통해 “이번에는 누가 해고당할지 아시면 손 들어주세요”라고 질문을 던지자마자 그의 동료들은 수십 개의 작은 불꽃 이모티콘을 게시했다. 대부분 “분명 해고당할 것”이란 표시다. 또 “누구누구는 4년 동안 회사 사업부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팀원 대부분과 함께 해고되었다”는 응답도 뒤따랐다.

앞서 메타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2023년이 그의 회사에서 “효율성을 기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효율성’이란 것이 대량 정리 해고로 가시화되었다. 이미 지난 6개월 동안 두 차례 대량 감원이 있었고, 앞으로도 두어 번 더 있을 예정이다. 그 결과 대략 2만 1천여 명이 결국 정리될 예정이고, 회사 인력의 30%가 근무하는 5천개의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크 저커버스 등 메타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대량감원으로 인한 사기 저하, 생산성 추락 등이 위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마크 저커버스 등 메타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대량감원으로 인한 사기 저하, 생산성 추락 등이 위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내부 혼란으로 ‘초대형 AI 경쟁’ 끼어들지도 못해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기술개발이나 아이디어는 불가능하다. 그런 동안에 오픈AI와 MS는 초대형 생성AI인 GPT로 선풍을 일으키고, 구글도 역시 생성AI인 ‘바드’로 맞서는가 하면, 뒤늦게나마 아마존도 수십 억 달러를 들여 초대형 AI모델 ‘베드록’을 구축하는 등 빅테크들은 앞다퉈 차세대 AI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트위터 인수 후 이를 갈무리하느라 여념없었던 일론 머스크마저 늦었지만 AI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 역시 엔비디어 GPT 수 천 개를 사들이며 AI 전문기업인 ‘X.AI’사를 설립해 “MS와 오픈AI를 뛰어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메타는 그저 내부 혼란의 연속이다. 직원들이 해고 공포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다. 최고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쳐 AI경쟁에 뛰어들 엄두도 못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9명의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가 ‘미래에 대한 위험한 도박’(메타버스 중심으로 전환)을 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전체 직원들의 사기가 ‘황폐화’되고 있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장 중 하나였던 메타의 직원들은 점점 더 위태로운 미래에 직면해 있다”고 꼬집었다.

저커버그, 2차례 ‘대량감원’ 예고, 메타에 대한 여론도 악화

그 바람에 메타는 주가는 4월 둘째주 들어 19개월 전 고점 대비 43%나 하락했다. 그럼에도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번 달에 더 많은 정리 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가뜩이나 위축된 사내 분위기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더욱이 이번의 감원 조치 중 상당수는 핵심 인재들이 밀집한 엔지니어링 그룹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전해져 더욱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보니 메타에 대한 실리콘 밸리와 미국 사회의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이미 메타에서 해고된 많은 사람들이 SNS 등을 통해 저커버그의 무능과 무자비함을 질타하거나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서 해고되어 다른 회사로 옮겨간 한 인사는 메타의 현실을 두고 ‘헝거게임’ 내지 ‘파리대왕’에 비유했다. 극단적인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또 다른 해고자들은 저커버그의 이런 행태에 대해 ‘살인행위’라며 성토하기도 한다.

물론 대량 감원은 비단 메타만은 아니다. 엔데믹 국면이 시작되면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세일즈포스 등 빅테크들도 최근 몇 달 동안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사무실 공간을 없애거나, 직원들에 대한 유․무형의 혜택을 없애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메타의 선택은 유독 극단적이었고,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최악이란 평가다. 가장 큰 규모의 감원조치를 취한 반면,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경영 전략 선언 이후 이렇다할 경영 성과는 없었다. 그 결과 지난해 이 회사는 2012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경솔한 ‘메타버스’ 경영이 근본적 위기 요인”

이같은 메타의 위기는 무엇보다 저커버그가 깊은 고민이나 검토도 없이 경솔하게 ‘메타버스’를 사업 목표로 내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 실용성이나 수익성을 입증하기도 전에 ‘도박’을 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경쟁 회사들은 초대형 생성AI라는 전대미문의 미래 기술에 올인하면서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저커버그는 애초 사명까지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를 제 1호 사업으로 내걸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VR이나 메타버스 관련 시장에서 메타는 그 동안 다른 경쟁사보다 많은 2천만 개의 가상 현실 헤드셋을 판매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다시 이 회사의 후속 제품을 재구매하는 경향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메타 구성원들 다수도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전략에 회의적이다. 더욱이 생성AI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가상세계나 메타버스에 대한 소비자의 ‘반짝’ 관심도 사그러든 상태다.

메타가 오큘러스를 인수한 후 출시한 메타버스 제푼 '오큘러스 퀘스트2'.
메타가 오큘러스를 인수한 후 출시한 메타버스 제푼 '오큘러스 퀘스트2'.

경영진 나태한 ‘원격 경영’으로 리더십 부재

메타는 이런 경영부실에 오히려 직원들 탓을 하며 대량감원을 반복하고 있지만, 사실은 저커버그를 비롯한 경영진과 임원들의 도덕적 타락과 무능에 기인한다는 비난이 높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메타 본사에 상주하는 최고 경영진은 드물 정도다. CEO 저커버그부터가 문제다. 금년에 만 38세인 그는 셋째 아이를 출산한 후 육아 휴직 중이다. 다만, “중요한 주제에 대해선 경영진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화상이나 원격회의가 많다.

그러면서도 정작 재택이나 원격근무 중인 일반 직원들에게는 “본사로 돌아가라”고 독려하고 있다. 반면에 정작 고위 간부들 상당수는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까지 했다. 이른바 ‘내로남불’식의 원격 경영인 셈이다.

예를 들면 메타의 상품관리 이사이자 창업 직후 입사 1호 직원이었던 나오미 글라이트는 최근 뉴욕으로 이사했다. 글라이트 외에도 뉴욕에는 이미 메타의 임원들 3명이 먼저 이사가서 살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메타의 정보 보안 담당 이사인 가이 로젠은 예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가 메타에 인수되기 전에 살고 있던 텔아비브로 다시 돌아갔다.

인스타그램 총책임자인 아담 모세리는 런던에 살고 있고, 운영 총책이자 이사인 재비어 올리반은 유럽과 실리콘 밸리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매번 화상 채팅을 통해 메타의 ‘주간 회의’에 참여하곤 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 본사의 많은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늘 그들의 부재가 느껴진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물론 메타의 대변인은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실리콘 밸리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야말로 ‘방문’에 그친다는 의미여서, 직원들로선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해고공포 속, 적자생존 사내 경쟁 ‘살인적’

이런 경영진의 나태한 태도와는 달리, 일반 직원들의 근무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외신이 전하는 메타 관련 기사의 행간을 분석해보면 이 회사 직원들은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선 그야말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듯하다. 실제로 ‘뉴욕타임즈’는 “특히 중간 관리직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메타의 존속과 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분위기의 단면을 전하고 있다.

또 “가급적 더 바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때문에 적자생존만 있을 뿐, 예전과 같은 동료들과의 협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창발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가 없다.

문제는 앞으로 닥칠 두 차례의 대량 감원이 가져올 후폭풍이다. 언론에 이런 사내 정황을 제보하고 있는 메타 관계자들은 “엔지니어링 부문의 대량 해고는 결국 왓츠앱(WhatsApp)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전담 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메타 본사 사옥의 원경.(사진=AP통신)
캘리포니아에 있는 메타 본사 사옥의 원경.(사진=AP통신)

메타측 언론 제보 경계하며 ‘보안’에 급급

그럼에도 메타와 저커버그는 언론 제보 등을 경계하며, ‘보안’에만 급급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예상되는 대량 감원에 불안해하는 직원들이 외부 언론에 관련 정보를 노출한데 대해 “정리 해고에 대한 많은 정보를 뉴스로 제공하는 건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몇 주 동안 직원들이 ‘두개골’이나 ‘뼈(bone)’ 그림의 이모티콘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직장 채팅에 은밀히 ‘잠입’하여 대화를 엿듣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해당 채팅에서 메타 직원들은 쌓였던 불만을 홍수처럼 털어놓곤 했다. 상여금 축소와 직원들에 대한 각종 복지 혜택, 인재 스카웃을 위해 주어졌던 특전 등을 싹 없앤데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또 메타가 긴축경영의 일환으로 여러 지역에 두었던 지사나 사무실을 폐쇄한데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컸다. 또 각종 출장 경비 축소에 따른 비즈니스 위축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특히 대다수 채팅 방 참여자들은 “저커버그 대표가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일방적”이라는 원성이 가장 높았다. 일부 직원들은 구글 창립 멤버였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MS에 뒤진 AI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복귀했다는 최근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커버그가 그처럼 페이스북 창립 당시 ‘코딩 작업자’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미 그 시절로부터 멀리 떠나버린 그로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따끔한 한 방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자 채팅방에 몰래 숨어있던 저커버그가 본인의 신원을 밝히며, “나는 떠나지 않았다”해 채팅 참여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큰 국면전환 없인 ‘메타’ 앞날 매우 비관적”

그런 가운데 메타는 다른 부문보다 ‘왓츠앱’ 관련 부서 감원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왓츠앱’의 비전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량감원 외엔 딱히 국면 전환의 수단이 없고, 이에 따른 사기 저하와 저커버그 이하 경영진의 전략 실수와 나태함이 지속되는 한 세계 최고의 빅테그 중 하나인 ‘메타’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란게 외신을 통해 본 현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작 메타는 이런 평가에 대해 일절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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