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분주하다. 사진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지난해 6월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공동취재)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분주하다. 사진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지난해 6월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공동취재)

▶기사 게재 순서
①깜깜이 상장 경종 울리나…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 뒷돈 상장' 수사↑
②몸 푸는 닥사, 존재감 발휘하려 무리수 '남발'
③논란에 얼룩진 가상자산 업계, 관련법 제정으로 달라질까


가상자산 업계 공적기구를 자처하던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휘청거린다. 위기 국면에서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업계 혼란을 야기하더니 이제는 관련 지침을 공격적으로 내놓으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최근 가상자산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상황에서 자율규제 기구로서 위상을 잃지 않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발표한 기준들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아 닥사가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설립 취지 흔들리는 닥사, 가상자산 관련 지침 잇따라 발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모습. /사진=뉴스1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를 지난해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한 이후 잠잠하던 닥사가 최근 분주하다. 지난 3월22일 거래지원(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주요 항목으로 ▲암호화폐의 내재적 위험 ▲비식별화에 따른 불투명성·안정성 ▲암호화폐 증권성 ▲자금세탁 이용 가능성 등이 있다. 지난해 9월부터 5개 회원사 공동으로 도입한 가이드라인을 보완한 것인데 가상자산 거래지원을 재개하는 기준도 내놨다. 공동대응으로 상장 폐지한 암호화폐를 재상장하기 위해선 ▲종료된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났는지 ▲일정 기간이 지났다면 거래지원 종료 사유가 해소됐는지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닥사는 '거래지원 종료 사유의 해소'란 거래지원 종료의 원인이 됐던 사유가 완전히 소멸한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지원을 재개하려는 회원사는 판단 근거를 일반 투자자가 납득이 가능한 자료로 제공해야 한다. 닥사 회원사는 거래지원 심사 시 외부 전문가 '최소 2인' 혹은 '최소 참여 비율 30%' 규칙에다 '법적 위험성 평가위원 최소 1인'이 반드시 참여하는 기준을 지난 4월1일부터 적용했다.

이러한 조치는 핵심 멤버 코인원이 지난 2월 위믹스를 단독으로 재상장하자 추가된 기준으로 보인다. 위믹스 거래지원을 재개하지 않은 업비트, 빗썸, 코빗, 고팍스를 규제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시각이 많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처럼 단독 행동으로 닥사의 단일 대오를 깨지 말라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닥사는 지난 4월3일 기존 4개 분과(거래지원, 시장감시, 준법감시, 교육)에 더해 자금세탁방지 분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 분과의 간사는 업비트가 맡는다.

해당 분과는 가상자산 특성을 반영해 업계 공동으로 의심거래보고(STR) 룰 유형을 개발하고 가상자산사업자 위험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의심거래보고 의무와 고객정보확인(KYC) 의무 등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이행 체계를 견고히 하려는 목적이다. 올해 거래지원 종료 공통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상장 심사 관련 지침은 고도화할 예정이다.

가상자산법 법제화 기류에… 자율기구 존재감 호소

지난 14일 주요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페이코인의 이용화면. /사진=뉴스1
지난 14일 주요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페이코인의 이용화면. /사진=뉴스1

닥사의 움직임은 미미해진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의도다. 닥사는 코인원의 단독 행동으로 위상에 흠집이 났다. 지난해 위믹스를 상폐하면서 공동 대응을 강조했지만 코인원의 이탈로 체면을 구긴 까닭이다.

이후에도 별다른 언급 없이 방관하면서 가상자산 자율규제 기구로서 명맥이 끝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위믹스를 상장 폐지할 때도 분명한 기준이 없어 혼란이 컸는데 여전히 수동적인 태도로 권위가 더 훼손되는 상황을 불러왔다. 결국 피해를 본 위믹스 투자자들만 분통을 터뜨렸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31일 페이코인의 상장 폐지까지 강행했다. 최근 가상자산법의 법제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율규제 기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코인업계 불황으로 가뜩이나 처지가 어려운데 최근 검찰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상대로 수사망까지 조여오자 위기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법 제정이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자율규제 기구'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금융당국에게 자신들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고 가상자산 업계서 실추된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아직 상장 폐지 가이드라인을 밝히지 않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것을 알고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만큼 정부에 보내는 신호가 우선이라고 여긴 셈이다.

조급한 나머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페이코인 상장 폐지 결정으로 가격이 폭락해 해당 코인을 사용하는 320만명의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지난 3월에 공개한 가상자산 재상장 기준 역시 '일정 기간'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코인원이 두 달 만에 위믹스를 재상장한 점을 고려하면 위믹스는 이 기준에 소급 적용되는 것인지 불분명해 가상자산 업계의 혼란만 가중됐다.

닥사는 지난해 암호화폐 '테라·루나' 대폭락 사태 이후 가상자산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그해 6월 출범했으나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 수사가 한창인 '불법 상장피'(상장 대가) 이슈에 대해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가상자산 업계의 신뢰를 책임지는 닥사로선 뒷돈 상장이 이뤄지는 업계 행태를 개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하자로 여길 문제가 아니라 업계에 만연한 거래소 상장 과정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닥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아직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권한이 애매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