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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버텨온 영끌족…‘금리 하락’ 한 줄기 빛 본다

[기준금리 인하 대비하라] ② 2월과 4월, 두달 연속 기준금리 동결 나와
대출 금리 떨어지자 추가 영끌 모습도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요즘 월 이자로 100만원도 안 내는 집이 있을까요?” 30대 직장인 A씨의 푸념이다. 수도권에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2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A씨의 금리는 지난해부터 연 5%가 넘었다. 한 달에 약 120만원를 원리금으로 상환한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도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금리의 시대가 점차 저물고 있다. 특히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두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지난 1년 넘게 고금리를 버텨온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들도 연체율 상승 우려가 덜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엔 주택담보대출이 증가로 돌아선 모습이다. 

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 연 3%대로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7일 기준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4월 7일 기준 연 3.69~5.91%를 기록했다. 

대출금리 하단은 1년여 만에 3%대까지 내려왔다. 불과 한 달 사이에 하단이 0.75%포인트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3%대로 하락한 것은 1년여 만이다. 

최근의 주담대 금리 하락은 한은이 2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영향이 컸다. 4월에도 금리 동결이 나오면서 대출금리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까지 한은은 이전에 보지 못한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왔다.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올리기 시작한 한은은 지난 1월 13일까지 3.50%까지 인상했다. 한은은 특히 지난해 7월 13일과 10월 12일 두 차례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인상 결과 은행의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시장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11월 신규 코픽스 금리는 4.34%로 관련 공시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같은 해 11월 19일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 수준은 5.17~7.72%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업체인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은행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점도 높은 대출금리 상승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이뤄지며 시장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커져 기준금리가 더 오르지 못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고, 실제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2월과 4월에 연이어 동결하면서 시장금리 하락을 이끌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매달 감소하던 현상이 멈추고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7000억원 감소했는데 전월의 2조8000억원보다 감소세가 줄었다. 3월 주담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2조3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장기 고금리로 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시행과 아파트 매매량 증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월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에서는 금리가 정점에 왔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대출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자들, 고금리에도 이자 상환으로 연체 피해

대출자들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연체율도 일각의 우려와 반대로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월에 잔액 기준으로 변동금리로 취급되고 있는 가계대출은 전체의 64.1%에 달했다. 그만큼 올해 1분기까지 높아졌던 대출금리 부담을 국내 은행 고객들이 고스란히 감당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금리 연 4~5%미만의 가계대출 규모가 전체의 55.4%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은행권의 연체율은 최근까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월 말보다 0.0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1월에 발생한 신규 연체율은 0.09%에 그쳤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자들이 높아진 금리에도 불구하고 이자 연체를 피하려고 노력한 결과일 것”이라며 “최근 금리가 떨어지면서 연체율이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2월 들어서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가계대출을 연 4~5%미만으로 받는 비중이 31.5%로 떨어졌고, 3~4%미만이 46.1%로 높아지는 등 대출금리 부담이 낮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고금리 시대 저문다

은행권에서는 금리 하락을 체감할 시점을 올해 하반기라고 보고 있다. 대출금리가 변동되는 시점이 보통 6개월 단위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이나 특례보금자리론 등처럼 정책 고금리 상품을 선택하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지만, 자칫 높은 금리에 장기간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4.05~4.45%로, 3%대까지 떨어진 은행 대출금리와 비교해 높기 때문이다. 

B은행 관계자는 “지금 금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 지점에서는 혼합형 주담대를 추천하고 있다”며 “금리 하락시기에 고정금리는 고객에게 훨씬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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