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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기업 10곳 중 6곳 “중국 리오프닝, 경영에 도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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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의 수요 회복이 중요한데, 리오프닝 후에도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진 않고 있어요. 오히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라고 의문을 가질 정도로 회복이 더딘 상황입니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앙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중국 내수가 살아나는 시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완화한 뒤 경제 활동이 속속 재개되고는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아직 중국 경제의 낙수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수출 제조기업 440곳을 대상으로 ‘중국의 리오프닝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물은 결과 61.8%는 긍정 답변을 안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부적으로 “기업의 매출·수익 등 실적 차원에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54.4%,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7.2%, “이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0.2% 등이었다.

부정적 효과를 예상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대(對)중국 수출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54.7%)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34.1%) ▶코로나19 재확산 우려(4.5%) 등을 꼽았다. 긍정적 효과를 예상한 기업들은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 증가(56%) ▶중국산 부품소재 조달의 공급망 안정(24.2%) 등을 들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도 소비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아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고, 수출도 부진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열흘간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으로, 대미 수출액(30억4500만 달러)이 대중 수출액(26억6600만 달러)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3년 6월 이후 238개월 만이다.

이에 반해 중국 내 생산 활동 정상화로 수요가 늘면서 원자재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해 7월 연 저점 대비 23% 올랐고, 철광석은 지난해 11월 연 저점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수출 증대 효과가 불투명한데,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이라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기업의 고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10곳 중 8곳꼴로 대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현상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이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한·중 수출 동조화 고리가 약해지고 ‘피크 차이나’(중국의 경제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주장)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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