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IT·과학

"창작물의 정의는" 챗GPT가 쏘아올린 AI 저작권 논쟁

이상덕 기자
입력 : 
2023-04-10 16:02:03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미국에서 첫 AI 저작물 인정을 받은 만화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미국 저작권청은 이미지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글과 이미지 배치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어도비 같은 기업들이 그림과 문장을 자유롭게 만들어내는 이른바 생성형 인공지능(Gen AI·Generative Artificiel Intelligence)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프롬프트 창에 문장만 입력만 하면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 역시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느 순간이 되면 인류가 만들어낸 데이터의 양보다 인공지능이 만든 데이터의 양이 더 많아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늘날 생성형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란은 소유권으로 향하고 있다. 논란은 크게 인공지능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투입한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생산한 데이터로 구분된다.

2010년대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는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최신 모델은 흐릿한 손톱 크기의 흑백 얼굴 이미지만 생성할 수 있었으며, 인류는 이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현재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과 같은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은 차원이 다르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일러스트레이터인 홀리 멩거트는 자신이 그린 작품들을 한 대학생이 허락도 없이 사용해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멩거트의 작품 32장이 불법 사용된 것이다. 멩거트는 "동의하지 않았는데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것이 정당하냐"고 반문했다.

사진설명
이 때문에 인공지능 회사를 향한 소송이 빗발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만들어낸 스태빌리티AI는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소송을 당했다. 또 게티이미지는 이와 별도로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과 영국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가 20억여 장을 모델 학습에 투입했고 최소 수천 장을 라이선스 구매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실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에 크레디트(저작권 표기)가 함께 생성되면서 밝혀졌다.

불법 학습에 대한 논란은 또 있다. 프로그래머 역시 반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GPT-3를 근간으로 한 코드 생성 모델인 코덱스(Codex)와 마이크로소프트 계열인 깃허브의 코드 데이터베이스를 접목해 코파일럿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이들 회사가 상업적 용도로 코드 데이터를 오남용했다고 지적한다.

챗GPT에 학습된 뉴스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모회사인 뉴스코프의 제이슨 콘티 다우존스 법률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 소속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려고 한다면 누구나 우리한테 적절한 허가를 받아야한다"면서 "오픈AI는 우리 회사와 그런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 복잡한 이슈는 이러한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인공지능은 누구 소유인지 여부다. 앞서 작가 크리스 카슈타노바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카툰 만화인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에 대해 미국 저작권청에 저작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해 미국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전통적인 미국 만화책 스타일의 책으로 18쪽 분량이다. 저작권청은 이 만화에 대해 애매한 판결을 내렸다. "특정 결과물을 이용자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근거로 이미지 자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글과 이미지의 배치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했다.

영국 서식스대의 인공지능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안드레스 과다무즈는 "미국 저작권청의 이 같은 결정은 앞으로 지속적인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 "반 고흐의 고양이와 같은 생성물은 저작권을 얻을 수 없겠지만, 프롬프트를 이용해 이미지를 미세 조정하고 이를 활용해 개선을 한다면 저작권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자체를 저작권 소유자로 인정하려는 움직임 마저 있다. AI다부스 개발사인 이미지네이션엔진은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 호주 등 16개국에서 다부스 명의로 특허를 출원했다. 다부스가 개발한 발명품은 높은 열전도율에도 손으로 잡기 쉬운 식품용기와 눈에 잘 띄도록 빛을 내는 램프다. 이미지네이션엔진은 해당 제품은 기업이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고 인공지능이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개발사가 발명가로 등재가 될 경우 아무리 많은 이미지를 생성하더라도 일정 부분 인공지능 개발사가 이미지 자체에 대한 사실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법률적인 논란을 없애려면 인공지능 개발사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해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원래 데이터 소유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거대인공지능에 투입되는 데이터마다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인공지능 기업은 적다는 것이 문제다. 킥스타터의 전 CTO인 앤디 바이오는 더버지를 통해 "양측 모두 극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저작권과 관련된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