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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테크

'AI주권' 지킬 국가는 소수 … 네이버, 비영어권서 승부

황순민 기자
고민서 기자
입력 : 
2023-04-09 17:17:37
수정 : 
2023-04-09 19: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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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인터뷰
美中 AI생태계 선점경쟁
1~2년안에 승부날 가능성
오픈AI 가두리에 갇힐 위험
하이퍼클로바X 7월 공개
韓日 등 '비영어권' 언어 강해
현지화로 내수시장 벗어날 것
사진설명
"인공지능(AI) 주권을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앞으로 1~2년 안에 승부가 날 것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 7일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생성형AI'를 둘러싼 빅테크 경쟁의 속도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날 김 대표는 "자체 초대규모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속도를 높여 오는 7월 말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LM은 챗GPT(챗봇)와 같은 AI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핵심 기술이다. 네이버가 2년 만에 새로운 LLM을 공개하는 것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AI 생태계 선점 전쟁'에 참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오픈AI LLM인 'GPT-4'나 구글 '팜(PaLM)'의 대항마격인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2021년 5월 공개한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미지와 음성까지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로 만들어진다. 김 대표는 "하이퍼클로바는 다양한 요리(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육수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외부 기업들이 내부 데이터를 학습시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AI 모델의 경우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를 필요로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자체 초거대AI를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다. 네이버와 삼성전자는 AI 연산에 주로 쓰이는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10분의 1 크기에 4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갖춘 경량화된 AI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뛰어난 성능의 AI 모델을 만들어도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운영 비용이 보틀넥(병목현상)이 될 수 있어 대응책을 고심해왔다"면서 "초거대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 개발에서 삼성전자와 협업을 진행 중이고 계획대로라면 올해 3분기 내로 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귀띔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은 AI 분야에서 더 많은 개발자를 자신들의 틀 안에 들여오기 위한 생태계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오픈AI는 챗GPT와 다른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챗GPT 플러그인'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마켓플레이스 형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챗GPT를 탑재한 MS의 '빙'처럼 챗봇 AI를 탑재한 검색 서비스인 '서치GPT'(가칭)도 상반기에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검색, 쇼핑, 협업 툴 등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에 순차적으로 하이퍼클로바X가 적용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AI 기술이 앞으로 여러 산업의 근간이 되고 국가의 생산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여기서 뒤처지면 스마트폰 태동기에 생태계를 선점한 해외 기업들이 이익을 독식한 것과 같은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위기감을 거듭 드러냈다.

최근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AI 기술 혁명이 한 국가의 'AI 주권'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학습된 데이터에 따라 가치관과 윤리, 나아가 국가적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술로 AI 주권을 지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중국 외에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관계사 라인과 함께 하이퍼클로바X를 이용해 일본 AI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소프트뱅크·Z홀딩스가 함께 똘똘 뭉쳐서 의기투합하자고 뜻을 모았다"면서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융합해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어, 일본어 같은 '비영어권 언어 처리 능력'에서 챗GPT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했다. 김 대표는 "세계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외 제3의 옵션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올해 초 클라우드, AI 등 사내에 흩어진 B2B 사업 조직을 자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통합했다. AI, 로봇 등 미래 기술은 시작부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네이버는 초거대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강력한 기술 인프라를 10년 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에 가세할 준비를 마쳤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순민 기자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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