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뷰티에 빠지다

2023. 4. 9. 06: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디지털과 AI를 외치는 세상. 쇼핑도 이커머스 플랫폼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변화한 쇼핑 생태계 속에서 뷰티업계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레이지 이코노미(lazy economy). 게으름의 경제? 어딘지 부자연스러운 맥락의 이 단어는 내 노력과 시간을 절약한다는 요즘의 시대정신을 투영한다. 팬데믹을 관통하며 총알 배송과 무료 반품 등에 젖어든 우리는 번잡스럽게 발품을 팔기보다는 모바일 검색 등으로 손품을 파는 편을 택했다. 소소하게는 배달 음식부터 수만원짜리 옷, 선물하기, 수백만원짜리 전자 제품 심지어 자동차까지 클릭 몇 번으로 결제하고 배송받는 세상이라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을 이동한 소비 패턴은 뷰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화장품은 직접 찍어발라봐야 한다는 것도 이제 옛말. “뷰티의 판은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왔어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몇 시간 전 업로드한 피드에 어떤 뷰티 제품이 노출되면, 실시간으로 즉각 온라인 몰의 트래픽이 튈 정도로 템포가 빠릅니다. 다음 날 시간 내서 백화점으로 쇼핑을 하러 가지 않는 거예요. 원하는 게 있다면 바로 지금 손에 넣어야 하는 요즘 세대의 소비 방식이죠.” 모 뷰티 브랜드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의 간편함과 신속성, 합리성의 절묘한 공조가 주는 만족감은 대면 쇼핑의 그것을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 거대 쇼핑 플랫폼은 뷰티 이커머스에 이미 승부수를 던졌다. 성장이 지지부진한 신선 식품 새벽 배송 대신 부피 대비 구매 단가가 높은 뷰티와 명품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마스크 해제로 코즈메틱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점도 도화선이 됐다.

먼저 쓱닷컴의 뷰티 전문관 ‘먼데이 문’의 돌풍이 거세다. 코로나19가 맹렬했던 지난 3년 동안 1700만 개의 상품을 팔아 치웠는데 이를 하루 판매량으로 치환하면 약 1만5000개. 40%에 달하는 재구매율도 유의미한 수치다. 이에 힘입어 쓱닷컴은 최근 국내 최초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뷰티 전문관을 론칭하며 하이엔드 뷰티 제품에까지 본격적으로 손을 뻗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뷰티컬리도 화장품 ‘샛별 배송’이라는 압도적 메리트를 등에 업고 순항 중이다. 뷰티 제품 전용 포장재는 물론, 신선도가 중요한 제품은 풀 콜드 체인 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상태로 배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엔 로레알과 멤버십 연동 협업을 시작하며 명품 코즈메틱 품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 무신사 역시 코즈메틱 제품 매출이 고공 행진하자 뷰티 제품을 핵심 카테고리로 키우는 전략이다. 뷰티 전문관을 전면 리뉴얼하며 새로운 MZ 소비자들을 유입하고 있는 것. 매력적인 플랫폼과 큐레이션,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기업 몸집에 비해 약점으로 꼽혔던 여성 고객층의 구미도 만족시키고 상장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아모레퍼시픽도 2023년 ‘뉴 뷰티’라는 경영 방침 아래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 중이라는 사실. 팬데믹과 혐한령으로 인한 중국 시장에서의 위기를 극복한 것도 디지털 전환 전략의 성과 덕분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나 아시아 시장은 물론이고 세포라, 아마존 등의 글로벌 이커머스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해 북미권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즈메틱 시장의 이커머스는 막을 수 없는 파도처럼 거세게 밀려오고 있어요. 브랜드들과 쇼핑 플랫폼들은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이미 이커머스로 전환할 태세를 탄탄히 갖췄어요.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도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실제 화장품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소개돼 화제였죠. 개인화된 아바타가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직접 시연해보고, 결제까지 하는 패턴이 머지않은 이커머스의 미래가 될 거라 예측합니다.” 부루벨코리아 메이크업 포에버 브랜드 매니저 김지희는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직접 만지고 얼굴에 발색하고, 내 피부와 텍스처의 궁합을 느끼는 등 일련의 과정 부재에서 오는 한계점은 있다. 모바일 뷰티 플랫폼 잼페이스 조은선 마케팅 총괄은 A부터 Z까지 친절하게 기술한 상세 페이지와 보다 세분화된 사용자 리뷰, AI 뷰티 매칭 서비스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화장품이 이 단점을 상쇄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MZ세대 사이에선 이미 피부 타입과 퍼스널 컬러 등을 AI로 진단하고, 또 개인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취향을 저격하는 화장품을 매칭해주는 온라인 뷰티 큐레이션 툴이 각광받고 있어요. 굳이 발라보지 않아도 정밀하게 진단된 내 피부 톤, 내 피부 타입에 딱 어울리는 제품을 AI가 매칭해주고 디지털로 시연해주니, 제품 선택의 시행착오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죠.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이 기술은 더욱 정교해질 거예요.”

이커머스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격동의 시대. 디지털은 이미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우리의 쇼핑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냉정한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독식자와 패자의 양극화는 이미 시작된 듯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현재에 기민하게, 또 미래를 위해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챗GPT가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 지금 이 타이밍, 뷰티 이커머스는 너무도 중요한 기로에 있다.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