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13분기 만에 최소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자료 : 피치북,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
지난 1분기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13분기 만에 최소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자료 : 피치북,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
테크업계의 경기침체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까지 겹치며 지난 1분기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13분기 만에 최소 수준까지 급감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인 피치북과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 스타트업이 VC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37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4분기(339억달러)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스타트업에 대한 VC의 투자 건수도 3000건 이하로 떨어지며 5년여 만에 가장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테크업계의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테크기업들의 주가가 지난해 하락하면서 동종업계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되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함께 떨어졌다.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기관투자가들도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벤처펀드에 출자를 줄였고,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투자금회수(엑시트)는 지난해 714억달러로 급감했다. 1000억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6년 만이다. 투자금회수가 어려워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은 투자를 줄이거나 더욱 신중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벤처대출을 제공하며 지난 40년 동안 성장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투자 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피치북에서 VC업계를 담당하는 카일 스탠포드 애널리스트는 "전체 VC업계가 투자에 대해 훨씬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이전 자금조달 당시 약속했던 속도로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해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창업 후 규모를 키운 대형 스타트업이 더욱 심한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포드는 "정리해고 등으로 비용 절감을 한 뒤에도 추가 현금이 필요한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이 자금이 필요했을 때 투자자들이 더이상 투자를 쉽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니콘 스타트업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일부 스타트업들은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할 수도 있다. 안드레아 라마리 맨해튼벤처파트너스 제너럴파트너는 "스타트업에 영향을 주는 거시 환경이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불확실했던 적은 없었다"며 "벤처업계가 거시경제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