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기업

반도체 개발 '마지막 고비'… 중진공 덕에 넘었죠

양연호 기자
입력 : 
2023-04-03 16:07:01
수정 : 
2023-04-05 09:55:55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강태영 파워큐브세미 대표가 사무실에 걸려진 각종 정부 및 공인기관 인증서 앞에서 향후 회사 비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파워큐브세미
2022년의 마지막 길목에서 지속된 투자 불황을 뚫고 43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 저력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기업이 있다. 파워큐브세미(대표 강태영)는 반도체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지난해 매출 74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240억원 돌파를 예상하며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 1위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는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1조1000억원에서 2030년 12조2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비가 중요한 전기차에 기존 실리콘(Si) 반도체 대비 에너지 손실을 최대 90%까지 절감해주는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탑재돼 해당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는 강태영 대표가 2013년 회사를 창업할 당시부터 꾸준히 개발해온 핵심 분야다.

강 대표와 직원들은 지난 10년간 차근차근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늘어나는 수익으로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물론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나아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창업과 함께 기술 개발 자금이 필요했지만 금융권 대출은 담보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제 막 출발한 회사의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파워큐브세미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사진설명
더 나아가 2020년은 강 대표에게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 해였다. 꾸준한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제11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는 등 실리콘카바이드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시점이다.

전기차가 활성화되면서 그토록 기다리던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이 주목받고 있었고, 파워큐브세미의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 개발도 막바지를 향하던 때였다.

제품 개발 마지막 단계인 만큼 인력 충원과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반도체 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모든 투자가 중단됐다. 그때 중진공의 '성장 공유형 대출'이 무사히 개발을 마무리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됐다. 성장 공유형 대출은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전환사채와 상환전환우선주를 직접 인수해 지원하는 중진공의 유일한 투·융자 복합금융 방식 정책자금이다. 신청 대상은 기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혁신 중소·벤처기업으로, 공공 및 창업투자회사와 벤처투자조합 등 민간 부문에서 투자하지 않은 기업이다. 다만 민간 창업투자회사가 투자한 경우에도 창업기업과 수도권 외 지역에 소재한 중소·벤처기업 중 요건을 갖춘 기업은 신청이 가능하다.

지원을 통해 받은 10억원은 개발인력 확충과 마무리 작업, 최종 테스트 등에 유용하게 사용됐다. 그렇게 개발한 '1700V급 SiC 트렌치 모스펫'은 대용량 태양광 인버터 및 전기차용 급속 충전기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글로벌 기업에서도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기술이 국책과제에 선정되면서 파워큐브세미는 기술 개발에 이어 상용화를 본격 추진 중이다.

충남 천안시 산업단지 내에 건축 중인 신공장이 2024년 완공되면 파워큐브세미는 제품 성능뿐만 아니라 품질 관리력까지 갖춘 기업으로 몇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판로도 꾸준히 확대할 전망이다. 대학원 연구실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파워큐브세미의 기술과 연구장비들을 공유하며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강 대표는 "10년간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매일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그랬듯 실력과 열정을 갖춘 우리 직원들과 주어진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한 단계 더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