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미국 본토의 식당 자동화 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주문·결제, 요리, 서빙까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기기와 시스템을 개발해 수출 계약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 현지 외식업계의 일손 부족, 근로자 임금 상승 현상과 맞물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무장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문·결제 ‘완전 자동화’ 시대

AI·가성비 무장한 K스타트업…美 식당 자동화 시장 '정조준'
2일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외식 플랫폼 스타트업 먼슬리키친은 최근 미국 뉴욕의 판매자 관리 시스템(POS) 업체 포스파트너와 레스토랑 디지털 운영 솔루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총 815만달러(약 106억원) 규모다. 클라우드 기반 키오스크, POS, 주문 접수 채널(모바일 앱)을 한데 묶은 자동화 시스템이다. 이달부터 뉴욕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먼슬리키친은 아이리버 대표를 지낸 김혁균 대표가 2018년 창업했다. 주 사업 모델은 외식 창업자가 공간을 빌려 쓰는 ‘공유주방형 푸드코트’ 운영이다. 소속 식당은 지난해 기준 130개다.

자동화 모델 도입은 김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생각해온 아이디어다. 그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외식업이 고용 없이 운영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문 접수와 결제 행위는 완전히 자동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그동안 점포 데이터를 쌓았다”고 했다. 솔루션에는 고객관계관리(CRM) 기능과 미국 각 주의 세율 및 팁 금액을 반영하는 시스템도 반영했다.

‘가성비’ AI 로봇 수혜

베어로보틱스는 국내에 생산공장을 두고 미국 40개 주에 서빙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구글 출신인 하정우 대표가 2017년 창업했다.

지난달 공개한 신형 로봇은 한 번에 16개 접시를 운반한다. 베어로보틱스 관계자는 “테이블당 인원이 많은 대형 식당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토종 로봇 스타트업 알지티도 지난달 하와이와 조지아주 대형 외식업체와 인공지능(AI) 서빙 로봇 ‘써봇’ 공급 계약을 맺었다. 조리 로봇도 AI가 대세다. KAIST 출신 황건필 대표가 창업한 에니아이는 햄버거 패티를 구워주는 AI 로봇 ‘알파 그릴’을 선보였다. 지난해 브루클린상공회의소를 통해 현지 레스토랑 실증 기회를 얻었다.

국내 식당 자동화 스타트업이 미국 현지에서 주목받는 데는 현지 노동시장 불균형 영향이 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미국의 노동 초과수요는 530만 명, 이탈 노동력은 350만 명 수준으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최저임금도 상승세다. 캘리포니아주에선 패스트푸드업 최저 시급을 최대 22달러(약 2만8800원)까지 인상하는 법안이 마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며 미국 숙박업과 식음료업계의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해졌다”며 “기술력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엔 기회”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