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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줄어 망할줄 알았는데…2년만에 매출 4배 ‘반전’

김규식 기자
입력 : 
2023-04-02 14:50:35
수정 : 
2023-04-03 01: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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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생아수 역대 최저 기록
아동복 매출은 되레 13% 성장해
VIB族 적게 낳지만 아낌없이 투자

MZ세대 학부모 온라인 소비 활발
키디키디 등 플랫폼 거래액 3배로
중소 브랜드와 상생으로 ‘선순환’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면서 아이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아동 패션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학부모로 진입하면서 ‘온라인 키즈마켓’이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2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복 매출은 전년보다 12.8% 성장해 1조2016억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국내 패션 시장은 5.6% 늘어나 45조7789억원에 달했는데, 아동복 시장이 더욱 빠르게 커진 것이다.

특히 온라인 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기저귀, 유모차, 보행기, 장난감 등 아동·유아용품의 경우 온라인 거래액이 지난해 5조198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2% 늘어난 수치였다. 지난해 출생아가 약 26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시장 규모는 되레 커졌다.

패션업계는 아이들에게 투자를 늘리는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성인복 못지않게 명품 업체에서 고가의 아동복을 구매하거나 유모차 하나를 사더라도 고가의 수입 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만약 주머니 사정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면 학부모들은 대규모로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브랜드 대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만든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해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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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아동 분야만 전문으로 다루는 온라인몰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아동 전문 온라인몰은 보리보리, 키디키디, 무무즈 등 3개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는데 매해 거래액이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랜드월드가 2020년 4월 출시한 온라인몰 키디키디를 예로 들면 출시 첫해만 해도 연간 거래액은 약 3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050억원으로 커졌다. 불과 2년 만에 3.5배로 성장한 것이다. 월평균 방문자 수 또한 2020년 6만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37만명으로 폭증했고, 입점 브랜드 또한 같은 기간 800개에서 1500개로 늘었다. 그만큼 중소 업체가 대거 아동복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인데 키디키디 입점 브랜드 가운데 40%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집계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매출 증가율이 90%에 달했는데 일반적인 대중 브랜드는 50% 성장에 그쳤다”라면서 “‘나만이 아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MZ세대 학부모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몰을 통해 성장한 아동 패션 브랜드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토토베베가 대표적인 사례다. 로토토베베는 키디키디에 2020년 9월 입점했는데 최근 매출이 10배로 성장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로토토베베는 역류 방지 쿠션 등 육아용품을 위주로 판매하다 플랫폼과 협업을 계기로 아동 패션 전반으로 확장한 사례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소 브랜드에 시설과 인프라를 제공해 직접 생산을 대행할 만큼 협업 관계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라면서 “올해는 생산뿐만 아니라 고객관리, 마케팅, 물류까지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동반 성장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아동 전문 온라인몰은 패션을 넘어 산업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보리보리의 경우 아동복, 신발, 잡화는 물론 기저귀, 장난감과 같은 용품부터 동화책, 가구 등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키디키디 또한 프리미엄 키즈 가구 브랜드부터 친환경 이유식 업체까지 입점하면서 학부모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고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패션 업계는 다른 업종과 달리 유일하게 오픈마켓이 힘을 못 쓰고 거래액이 지난해 역성장했다”라면서 “패션 전문 플랫폼이 중소 브랜드와 협업해 생산과 마케팅을 공동으로 하면서 패션업계 자체가 성장해 나가는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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