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크림, 설립 3년 만에 유니콘 눈앞
네이버의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계열사 크림(KREAM)이 설립 3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규모 스타트업)’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됐다.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를 잘 포착하는 데 특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1년 반 만에 몸값이 두 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결과다.

○3년 만에 몸값 9700억원

2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2020년 3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5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크림은 최근 총 2206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차 1700억원, 2차 506억원을 유치했다. 기존 주주 중 미래에셋과 미국계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가 후속 투자에 참여했고, 신규 투자자로 삼성증권이 추가됐다. 엑시옴 아시아 등 해외 펀드 두 곳도 자금을 댔다.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네이버는 이번 라운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크림이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9700억~98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2021년 10월(약 4000억원)과 비교하면 몸값이 두 배 넘게 뛰었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기업가치 평가도 한층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더 놀라운 성장세다.

○MZ ‘취향 소비’ 공략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 트렌드를 포착한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이 급성장세 비결이다. 크림은 개인 간 한정판 스니커즈(운동화의 일종) 거래 중개 서비스로 시작했다. 가격을 일부 더 주고라도 자기 취향에 딱 맞는 상품을 사고자 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고려했다. 개인 간 거래 이용자의 주요 우려 사항을 따져 거래 안전성을 높였다. 가품·불량품 여부 등을 자체적으로 까다롭게 검수한다. 스니커즈의 경우 품질 검수 기준이 50여 개에 달할 정도다.

입소문을 타면서 리셀(되팔기) 수요·공급자가 플랫폼에 몰렸다. 크림이 다루는 항목은 한정판 운동화에서 시계, 명품 등으로 늘었다. 장난감, 음반, 게임 카드 등 고가 수집품도 거래된다. ‘취향 소비’를 추구하는 이용자들이 남긴 유행 상품 리뷰는 인기 콘텐츠로 부상했다. 크림의 작년 1분기 거래액은 3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다. 2분기엔 240%, 3분기엔 270%, 4분기엔 190% 늘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크림 플랫폼 내 거래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C2C 플랫폼 목표

크림은 이번에 유치한 투자액을 서비스 고도화와 각국 C2C 플랫폼 투자 등에 쓸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를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아우르는 크로스보더(국경을 넘은) C2C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서울에 사는 플랫폼 이용자가 태국에서만 발매된 한정판 운동화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각국 C2C 플랫폼에 6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인도네시아 1위 리셀 플랫폼 킥애비뉴를 보유한 PT카루니아, 말레이시아 최대 운동화 리셀 플랫폼 스니커라 운영사 셰이크핸즈 등에 투자했다.

최근 부쩍 C2C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와도 시너지를 도모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 1월 북미 최대 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12억달러(약 1조600억원)에 인수했다. 유럽 C2C 플랫폼 왈라팝 투자펀드에 추가 투자를 집행해 사실상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네이버는 유럽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일본 빈티지시티 등에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크림을 연계해 대규모 C2C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출범 후 2년간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해 온 크림은 제품 검수 비용 등으로 인한 적자를 감수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수익화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판매 수수료 4%, 구매 수수료 3%를 거두기로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