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는 등 웹툰이 K콘텐츠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 복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불법 사이트가 주로 외국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는 까닭에 단속이 쉽지 않고 처벌 수준도 낮다는 지적이다. 웹툰업계는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K웹툰 도둑질 피해 8000억…'어둠의 경로'로 더 많이 봤다
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웹툰 플랫폼의 전체 트래픽(페이지뷰·PV)은 286억 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어로 서비스된 불법 웹툰 사이트의 PV는 334억 건으로 합법 사이트의 트래픽보다 많았다. 트래픽이 가장 높은 불법 사이트의 PV는 121억 건으로 네이버웹툰(111억 건)을 웃돌았다. 이를 기반으로 추산한 웹툰 불법 유통시장 규모는 8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 증가했다. 웹툰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웹툰의 수요가 유료 콘텐츠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 사이트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웹툰 불법 유통시장이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 불법 서비스를 폐쇄하려고 해도 상당수가 국내 대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복제는 그 나라 국민과 기업에는 피해가 없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라고 전했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잡더라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아 새로운 불법 사이트가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저작권법 위반은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내리고 있다. 네이버웹툰을 비롯해 국내 웹툰업체들은 2018년 검거된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였던 ‘밤토끼’의 운영자 허모씨를 상대로 각각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승소했지만 아직 배상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업체들은 불법 복제 방지 기술을 도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차단하는 ‘툰레이더’ 기술을 적용했다. 최초 불법 유출자를 지속해서 차단하면 정식 플랫폼에 올라온 최신 유료 회차가 불법 공유 사이트에 올라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이미 불법 공유된 작품을 내리는 것보다 사용자들이 불법 사이트를 방문할 요인을 사전에 없애는 게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주요 작품의 불법 유통을 지연시켜 보호한 저작물의 권리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2000억~3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웹툰업체가 직접 단속에 나서기도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부터 글로벌 웹툰 불법 유통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내외 불법 사이트를 단속 중이다. 현재까지 불법물 920만여 건을 적발하고, 검색 차단 키워드 7000여 건을 등록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