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美 연준 베이비스텝… 한·미 금리차 22년 만에 ‘역대 최대’

입력 : 2023-03-24 06:00:00 수정 : 2023-03-23 22:47: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美 기준금리 0.25%P 올려 5%로
파월 “연말까지 금리인하 없다”
한은 금리인상 압박은 줄어들어
원·달러 환율 29.4원↓… 1278.3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의 ‘베이비 스텝’으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는 22년 만에 역대 최대 차가 됐다. 금리 차 확대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나온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시작됐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의 모습. AFP연합뉴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연 4.50∼4.75%에서 연 4.75∼5.0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달 초만 해도 미국 국내 물가 상승세 견조 등의 이유로 연준이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금융 불안 우려가 제기되면서 0.25%포인트 인상 정도로 갈음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준금리는 연 3.50%다. 연준 결정으로 한·미 양국 기준금리 차는 1.5%포인트(상단 기준)로 벌어졌다. 2000년 5~10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 격차다. 일반적으로는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생긴다. 금리 차가 커질수록 자본유출 우려는 높아진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대외 여건의 변화와 자본 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낮아지면서 한은 기준금리 인상 부담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그동안 펼쳐온 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완화 효과를 확인하겠다고 했었다. 이에 4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전망 유력 속 연준의 빅 스텝 여부가 변수였다.

 

결국 한은으로선 연준의 ‘베이비 스텝’ 행보로 4월 금통위 결정에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 다음 금통위(4월11일)에선 3월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 결정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예상인 4% 초반보다 높게 나올 경우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9.4원 하락한 1278.3원에 마감했다. 외환시장이 연준의 결정을 긴축 속도 조절로 해석, 달러가치가 낮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한국은행 제공

◆“인플레 전쟁 끝나지 않았다”… 금융 불안 속 절충 택한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중소은행 붕괴에 따른 금융 불안 속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인플레이션과 은행 위기를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연준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이란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시장으로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래서 택한 절충안이 빅스텝과 금리 동결 사이의 절충안인 0.25%포인트 인상인 셈이다.

 

금리 동결이 보낼 여러 신호에 대한 우려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경우 미국 재정 당국이 은행 추가 파산 가능성을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SVB 파산의 가장 큰 직접적인 이유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과 국채금리 하락이 지목된 터라 더욱 그렇다.

연준이 선택한 방법은 금융시장 안정보다 더 중요한 미국 경제의 기본 틀을 지키기 위한 긴축 기조 유지다. 이는 또 국민 생계와 경제성장률 등과 직결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강조한 제스처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 연 4.50∼4.75%에서 연 4.75∼5.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연준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최대 2%로 달성하고자 한다”고 인플레이션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파월 의장은 “올 연말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 등의 여파로 금리 동결은 물론 연내 금리 인하 전환을 예상하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SVB 로고. 연합뉴스

메시지는 바로 시장에서 통했다. 올해 안에 금리 인하 전환이 없을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공개 발언에 급격히 증시·채권이 얼어붙고, 은행주가 급락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불안을 고려해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그런 점을 고려했다”면서도 “우리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말뿐만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불안을 고려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려면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 사이에서 줄타기한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P연합뉴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 금융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회 상원 세출위원회 금융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금융 시장 불안과 관련해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가 없다”면서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한 말은 미국 금융 당국의 시장 기대와 다른 스탠스를 재차 확인한 것과 다름없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종합지수 위탁증권(SPDR) 지역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5% 이상 하락했다. 주가 폭락으로 불안감이 고조되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경우 전날 대형 은행들이 구제 조치에 나설 것이란 소식에 주가가 30% 급등했으나 이날 다시 주가가 15% 이상 하락했다. 그밖에 중소은행인 코메리카와 US 뱅크, 자이언스 뱅크, 리전스 파이낸셜 등이 모두 6~8% 하락했다.

 

연준과 금융 당국이 이런 강공 태세를 유지하는 게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올해 경제와 물가 불안정이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이날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 자료에서 성장률 전망은 낮추고 물가상승률 전망은 끌어올렸다.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4%로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美 같은 은행위기 배제 못해, 상황 예의주시”

 

정부가 미국 은행 위기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실물 경제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23일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사태 악화 시 비은행 금융기관 등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한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 재연 및 실물 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금융시스템 및 금융회사 전반의 건전성을 상시 점검하겠다”면서 “필요시에는 이미 마련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국내 금융기관은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사태 악화 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일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고조로 불안이 퍼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1.5%포인트로 확대된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문서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 한은은 SVB 파산 후 변동성이 높아졌으나 글로벌 금융불안 우려가 진정되면서 위험회피심리 확산도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금융 여건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부각, 취약부문의 잠재 리스크 현실화 우려 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6%로 집계돼 2018년 4분기(40.4%) 이후 4년 만에 40% 선을 넘었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DSR가 40%를 초과하면서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고위험가구 비율도 올해 2월 기준 전체의 5%를 차지해 2021년 말(2.7%)보다 두 배가량 급증했다.


이병훈·이도형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세종=이희경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