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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하루만에 주가 60% 폭락했지만...“정상영업중”이라는 이 은행의 운명은 [월가월부]

김인오 기자
입력 : 
2023-03-14 06:41:36
수정 : 
2023-03-14 09: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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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주요지수 약 보합
美 금융당국 구제책에 혼조세

은행종목은 급락세 이어져
지역 중소은행인 ‘FRC’ 주가
하루만에 61.83% 폭락해
시간외거래 초반엔 반등 성공

SVB매각 실패…추가입찰 예정
美 국채 가격 급등·수익률 하락
은행주
뉴욕 맨해튼 소재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지점 /사진=김인오 기자

미국 금융 당국이 ‘스타트업 돈 줄’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암호화폐 전문 은행 시그니처뱅크(SBNY)에 대해 사실상 구제 조치를 발표하자 뉴욕증시가 낙폭을 좁히며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주말 재무부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긴급 공동 성명을 내고 SVB 에 이어 추가로 SBNY 가 정부 재산 관리 체제에 들어갈 것이며 두 은행 예금은 전액 보호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의 합동 대책이 사실상 돈 풀기 정책으로 해석하는 한편 이번 금융권 위기 탓에 연준이 기준 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사태 여파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또 다른 악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매매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13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 저점매수세가 유입된 가운데 나스닥종합주가지수를 제외한 주요 지수가 약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직전 거래일보다 0.15%, 0.28%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08% 떨어진 반면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0.45%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설에서 “며칠 간 정부가 신속하게 조치한 것을 보면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고, 필요할 때 예금이 그대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은행 시스템 리스크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에는 연준과 재무부가 이를 사실상 방치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불렀다는 비난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금융 당국이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입니다.

FDIC는 SVB 매각이 일단 무산되면서 2차 경매에 들어간다는 입장입니다. FDIC 는 앞서 10일 SVB 를 매각하기 위해 지난 12일까지 경매에 부쳤지만 미국 내 대형 은행 중에서는 입찰한 곳이 없었고 1개 기관이 의사를 보였지만 FDIC가 거절했다고 연방 의회에 이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로서는 2차 경매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13일 뉴욕증시에서는 은행주 급락세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주요 은행 주가를 추적하는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이날 하루 새 11.66% 급락했고 미국 지역은행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지역 은행’(KRE)은 직전 거래일보다 시세가 12.31% 급락했습니다.

주가
13일 현지시간 FRC 주가 흐름

개별 종목별로 보면 지역 중소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뱅크(FRC)는 이날 하루 만에 주가가 61.83% 급락해 1주당 31.21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FRC의 짐 허버트 창업자 겸 회장은 이날 CNBC 에 출연해 “대규모 예금 동시 인출 사태 없이 정상 영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FRC 는 연준과 JP모건으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아 700억달러를 확보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외에도 해당 은행은 연준이 은행 유동성 지원을 위해 조성하기로 한 새로운 ‘은행 기간 대출 프로그램(BTFP)’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13일 폐장 후 시간 외 거래 초반 주가가 10% 이상 올라섰습니다.

이밖에 찰스슈왑(SCHW↓11.55%)을 비롯해 시티그룹(C↓7.47%), JP모건(JPM ↓1.80%) 등 주요 은행 주가가 이날 본 거래에서 하락했지만 단기 차익을 노린 저점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는 시세가 다시 오르는 분위기입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예상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예상

금융 시장이 들썩인 가운데 골드만삭스 측은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해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빅 스텝(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올리는 것)예상이 힘을 잃은 가운데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오는 22일 FOMC 회의에서 베이비 스텝(0.25%p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을 62.0% 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도 38.0%로 올라섰습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방 하원 청문회를 한 8일에는 빅스텝 확률을 77.9% 로 책정했던 것에 비하면 기류가 정 반대로 바뀐 셈입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4.50~4.75% 입니다.

다만 연준이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외에 양적 긴축(QT)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을 논의할 가능성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연준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해 미국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자산 보유 규모 역시 빠르게 줄여왔습니다.

선물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채권시장에서는 주요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습니다. 미국 재무부 집계를 보면 이날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14bp 하락한 4.87%,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7bp 떨어진 4.03%, ‘시중 장기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5bp 하락한 3.55% 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거래됐습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0.90% 떨어진 103.64 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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