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연설나선 바이든 -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대국민연설을 통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우리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안심해도 된다”며 “당신의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예금했던 모든 고객은 안심할 수 있다. 안심하셔도 된다”며 파산한 은행의 고객 예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밤 미 금융 당국이 긴급 성명을 통해 발표한 예금 전액 보장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파산한 워싱턴뮤추얼 이후 최대 규모인 SVB 파산이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 정부가 적극 개입에 나섰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 시각)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행동에 나선다”면서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다”고 했다. 예금자보호 한도인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를 넘는 금액도 전액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주가가 폭락해 ‘제2의 SVB’라는 우려가 나왔던 시그니처은행도 이날 결국 폐쇄됐다. 워싱턴뮤추얼·SVB에 이어 셋째로 큰 은행 붕괴 사태다. 이 은행에도 전액 보증이 적용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손실도 납세자가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금 보장을 위한 정부의 기금 손실은 세금으로 충당하지 않고, 은행 자산 매각 등으로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은행에 유동성을 지급하기 위해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라는 새로운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다만 연준은 예금 외에 주식·채권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가 보유한 SVB 주식 2320만달러, 462만달러는 구제 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미 당국의 적극적 대처에도 불구하고 SVB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14일) 등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국 SVB 파산 사태와 관련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이후 처음 열린 13일 증시에서는 우려했던 ‘블랙먼데이’(월요일 증시 폭락)는 없었다. 일요일인 12일(현지 시각) 개장한 이스라엘 TA-125 지수가 3%대 하락하며 불안감이 번졌지만, 13일 아시아 증시는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상승했다. 다우평균과 나스닥지수 등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모두 소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67% 상승한 2410.6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혼조세를 보였으나 연준의 개입 등으로 SVB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안도감이 퍼지며 상승 전환했다. 코스닥도 0.04% 상승했다. SVB 리스크보다 미국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증시에서도 상하이종합 지수가 1.2%, 홍콩 항셍 지수가 1.95% 상승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와 상무부장 등 중국 정부 핵심 경제 부처 수장들이 유임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본 닛케이평균은 엔화 강세 등의 여파로 만 1.11% 하락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2.4원 급락한 1301.8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300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SVB 사태로 연준이 오는 22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이 완화돼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며 환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14일 나올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 결과 등에 따라 추후 환율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