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연봉 3배 빚진 청년들… "빚테크 하다 빚더미"
② 코인·주식 투자로 '쪽박'… 빚 줄일 수 있나요
③ "올해 터질 수 있다"… 저축은행 연체율 '비상'
④ 대출 연체율 '꿈틀'… 기준금리 동결에도 헉소리 나는 시장금리

#. 대기업에 다니는 김철호씨(가명·36)는 내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지만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없이 월급만으로 서울시내 아파트를 장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년 전 둘째가 태어나면서 전셋집을 넓히기 위해 대출받은 3억원의 전세보증금 월 이자가 약 120만원에 달하고 여기에 식비, 관리비, 아이 학원비 등 각종 생활비만 한 달에 300여만원씩 추가 지출된다. 둘째를 출산한 아내는 휴직 상태여서 사실상 외벌이인 김씨는 저축할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 주변에서 코인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에 김씨는 대출 이자라도 벌어보기 위해 20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아 코인에 투자했다. 초반 2000만원의 투자금이 5000만원으로 불어나자 김씨는 은행에서 추가로 5000만원을 대출 받아 코인 투자에 넣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산산조각났다. 2021년 11월부터 코인시장이 폭락하면서 8000여만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전세계약 만료에 따라 보증금도 올려주면서 빚은 더 늘었다. 김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2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며 "아내가 빚투(빚 내서 투자) 사실을 알면 이혼당할 것 같아 아직도 대출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자를 갚기 위해 주말엔 가족들에게 운동 나간다고 하고 배달일도 하고 있다"며 "돈이 전혀 모이지 않아 막막하다"고 했다.
연봉 3배 빚진 청년들…

1년 새 2배 치솟은 은행 연체율

전례 없는 제로(0)금리 시대에 '빚이 부 확대의 사다리'라는 생각으로 빚을 내서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던 청년 세대가 빚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안정적 수준으로 관리되던 은행 연체율은 1년 새 가파르게 오르며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머니S가 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 4곳의 지난 1월 전체 대출 신규 연체율을 취합해 평균을 낸 결과 0.0875%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0.0425%)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신규 연체율이란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시중은행 4곳의 가계대출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375%에서 올 1월 0.0675%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0.0475%에서 0.1025%로 증가했다.

문제는 가계빚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2022년 말 기준 1867조원이다. 여기에 1058조3000억원의 전세보증금(준전세 포함) 추정액을 포함하면 가계부채는 2925조3000억원으로 300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150조6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6%에 이른다. 2018년만 해도 117%(GDP 1898조2000억원·가계부채 2221조5000억원)였지만 4년 만에 19%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특히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자산이 많지 않은 데다 고금리 기조 속 저성장과 고용환경 악화 등에 그대로 노출, 자칫 이들의 빚 문제가 경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연봉 3배 빚진 청년들…

빚 돌려막는 청년층… 인뱅도 빨간불

청년층의 빚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9세 이하 가구주의 부채 보유액은 5014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 급증했다.

소득 대비 부채의 비율을 뜻하는 DTI가 300% 이상인 청년가구주 비율은 2018년 약 16%에서 2021년 약 22%로 빠르게 증가했다.

국내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다중채무자 중에서도 청년층 빚 문제가 두드러진다. 다중채무자란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이들을 말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은 2022년 3분기 말 기준 155조1000억원으로 4년 전인 2018년 3분기 말(120조7000억원)에 비해 28.5% 급증했다. 40대(15.7%) 50대(10.0%) 60대(27.9%) 이상 등 다른 연령층에 비해 청년 다중채무자의 대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청년 다중채무자의 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빚을 줄이지 못하고 '빚을 빚으로 돌려막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기 속 부실 위험이 큰 부류로 꼽힌다.

전체 다중채무자 가운데 청년 비중도 가장 높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다중채무자 수 비중은 30대 이하 31.1%, 40대 30.1%, 50대 26.1%, 60대 이상 1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 10명 중 3명이 청년인 셈이다.

청년층이 주 고객인 인터넷은행의 연체 대출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 잔액은 2915억9100만원으로 같은 해 1분기 말(1062억600만원) 대비 3분기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개별로 보면 토스뱅크의 연체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1억2300만원에서 619억100만원으로 55배 급증했다. 이 기간 카카오뱅크는 678억8300만원에서 1377억3100만원으로 약 2배, 케이뱅크는 372억원에서 919억5900만원으로 약 2.5배 각각 늘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빚투 조장을 경계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청년층이 신중하지 못한 판단을 하고 빚투에 뛰어들어 고부채·고금리에 짓눌린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다"며 "청년층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지면 국내 경제의 부실 뇌관이 될 수 있어 이를 관리할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이들에게 빚 탕감 대책이 반복 지원될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디테일(정교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