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암호화폐에도 ‘워시 세일 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워시 세일은 과세 시점에 평가 손실을 본 암호화폐를 매각(손실 확정)해 재매수하는 방식으로 주식 등 다른 종목에서 거둔 이익과 상계 처리하는 일종의 절세 기법이다. 주식 등 유가증권 상호 간에 대해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워시 세일 룰’이 이미 적용되고 있지만 암호화폐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탓에 과세 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 9일 발표된 조 바이든 행정부의 2024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르면 재무부는 암호화폐 관련 세제 변경을 통해 총 240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워시 세일 룰의 대상에 암호화폐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워시 세일 룰은 한 달 내에 동일 종목을 매수하면 세금 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규칙이다. 과세 기준일에 유가증권을 잠시 팔았다가 이후 되사면서 세금을 회피하는 탈법을 막는 규제다. 암호화폐에는 워시 세일 룰이 적용되지 않아 과세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예를 들어 A주식에서 10만달러 이익을 보고 비트코인에서 7만달러 손실을 냈다면, 과세 시점에 비트코인을 매각했다가 바로 되사면서 과세 소득을 3만달러로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세금 회피 전략을 막아 추가 세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계획이다. 미국 정부 예산안에는 1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1년 이상 장기투자자에게 부과되는 자본이득세율을 20%에서 39.6%로 인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암호화폐 세금 솔루션 업체인 코인리의 대니 톨워 헤드는 “워시 세일 룰이 적용되면 2021년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의 매도 시점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조치에 따른 세수 누출을 막기 위해 5만달러 이상 암호화폐를 보유한 해외계좌에 대해 신고 의무도 부과할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