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인수 중단"·카카오 "공개매수는 계속"…SM '환영' [종합]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이하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고, 카카오와 플랫폼 분야에서 협업하기로 합의했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오는 31일 SM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약 한 달간 이어졌던 'SM 경영권 분쟁'도 끝나게 됐다.

12일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인수한 지분 14.8%를 비롯해 공개매수 등을 통해 총 15.78%의 SM 지분을 확보, 1대 주주로 등극한 상태였다.

이후 카카오·카카오엔터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다시금 하이브의 결단에 이목이 쏠렸던 바다. 양사는 '치킨 게임'을 멈추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하이브는 '인수 절차 중단'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인수 절차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와는 플랫폼 분야에서 협업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이브는 "양사가 대승적인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면서 "하이브는 SM 경영권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함과 동시에 양사의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한경DB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한경DB
카카오도 뒤이어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하이브, SM과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로서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26일까지 예정된 공개 매수는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하이브와 SM의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힘과 동시에 앞서 강조했던 SM의 자율적·독립적 운영 보장을 다시 약속했다.

카카오는 "SM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면서 "특히 SM의 글로벌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IT 기술과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했다.

인수전이 과열됐던 것과 관련해 "각 사의 주주와 임직원, 아티스트, 팬은 물론 K컬처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걱정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국민들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하이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SM 역시 하이브의 경영권 인수 중단을 환영했다. SM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SM은 주주와 구성원, 팬과 아티스트에게 약속드린 SM 3.0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팬,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이라는 미래 비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를 '최적의 수평적, 전략적 파트너'라고 칭하며 "세계 최고의 'IP·IT 시너지'를 창출하고 K팝 산업의 '넥스트 레벨'을 열어가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3일 'SM 3.0' 전략 발표 후 예기치 않은 혼란 속에서도 SM을 끝까지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SM 주주와 팬, 직원과 아티스트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