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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러 사, 빌려쓰면 되지”...이것에 꽂혔다는 MZ세대

이새하 기자
입력 : 
2023-03-10 22: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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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비데서 시작한 렌탈
에어컨·냉장고·식기세척기 등
대형 가전으로 시장 확대

공유 문화에 익숙한 청년들
“목돈 들지 않고 서비스 편해”
세탁기 [사진출처 = 연합뉴스]
세탁기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직장인 최 모(36)씨는 2년 전부터 건조기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1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들여 가전을 구매하기가 부담스럽고, 전셋집이라 이사를 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가격은 3년차까지는 매달 3만4900원, 그 뒤로는 1만9900원만 내면 된다.

최 씨는 “총 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초기 비용이 들지 않고 계약기간 동안 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렌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2030세대)를 중심으로 가전 렌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정수기와 비데 등 소형가전을 빌리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등 대형가전까지 빌리는 시대가 됐다.

1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렌탈업계 ‘빅3’인 코웨이·LG전자·SK매직의 지난해 말 기준 렌탈 누적계정 수는 약 1181만개로 추정된다. 국내 렌탈 시장은 2020년 1104만개, 2021년 1146만개 등으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이 커지면서 빌릴 수 있는 가전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백색가전’으로 불리는 중·대형 전자제품의 등장이 눈에 띈다. 2020년 냉장고 렌탈을 시작한 LG전자는 지난해 에어컨·세탁기로 렌탈 서비스를 확대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렌탈 사업 매출액은 55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4597억원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최근 스타일러와 식기세척기, 식물생활가전 등도 렌탈 상품에 포함시켰다.

삼성전자도 SK매직과 손잡고 세탁기와 건조기, 에어컨, 냉장고, 청소기 등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전 관리부터 냉장고 정리·정돈 등 공간관리 서비스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폭이 넓다. 지난해 렌탈된 제품 수는 약 2만3000대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가전과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렌탈 시장 성장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가전 렌탈 시장 확대를 이끈 주인공은 단연 MZ세대다. 지난해 LG전자 신규 렌탈 가입자 가운데 2030 비중은 30%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대까지 포함하면 20~40대 고객이 전체의 75%에 달한다.

MZ세대가 렌탈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공유에 익숙한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 미리 경험하기를 선호하고, 쓰던 제품이 질리면 새 제품으로 바꿔타는 데 익숙한 습관이 가전렌탈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저렴한 가격에 사후 관리까지 받을 수 있는 점도 렌탈의 장점으로 꼽힌다. LG전자의 경우 매달 10만원으로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등 3개 제품을 빌려 이용할 수 있다. 계약기간 동안 애프터서비스(AS)도 무료다.

업계는 최근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생활비를 아끼려는 움직임도 렌탈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부담이 적고 결합할인 등 다양한 할인 혜택과 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등 MZ세대 고객들을 중심으로 대형가전 렌탈 고객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점도 렌탈 시장 확대 이유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약 972만세대로 1000만세대를 눈앞에 뒀다. 1인 가구가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달한다.

기업 입장에선 ‘락인 효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렌탈 사업의 장점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구독경제로 고객과의 접점을 꾸준히 유지해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렌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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