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탐사, 새 장 여는 AI[천문 이야기/김성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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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
김성수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
인공지능(AI)의 한 분야인 딥러닝(심층 기계 학습) 기술이 외계의 지적생명체를 탐사하는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올 1월 네이처 천문학지에 따르면 외계지적생명탐사(SETI)는 820개 별에서 발생한 방대한 신호를 딥러닝 기술로 분석한 결과 외계 지적생명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8개의 신호를 발견했다.

SETI는 1960년 미국 코넬대의 프랭크 드레이크 교수가 시작한 프로젝트다. 목표는 대형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생명체가 보내는 인공(人工) 전파신호를 찾는 것. 여기서 ‘人’은 사람이 아닌 외계‘인’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겠다. 딥러닝은 최근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이번에 ‘인공지능’이 ‘외계 지능’을 찾았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인류의 뇌를 본떠 만든 지능이 지구 밖 다른 지능을 찾고 있는 셈이다.

지난 수십 년간 외계 신호를 효과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다양한 알고리즘을 이용했다. 외계 신호와 지구 신호를 구분하는 기본 잣대는 두 가지다. 첫째, 전파망원경을 목표 별과 그 별에서 일정 각도로 떨어진 하늘의 한 지점을 번갈아 관측해 망원경이 목표 별을 향할 때만 신호가 잡히는지를 본다. 두 번째, 타깃 별에서 오는 신호에는 그 별과 행성의 움직임, 태양과 지구의 움직임에 의해 도플러 효과(주파수 오차)가 생기는데, 관측된 신호에 도플러 효과가 포함돼 있는지를 본다.

하지만 외계 신호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았다. 외계 지적생명체로부터 오는 신호가 있다 하더라도 그 세기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통신 범위는 자신의 문명권을 목표로 하는 데다가 지구에는 그들의 신호보다 훨씬 강한 온갖 종류의 전파 신호가 오가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딥러닝을 활용해 그 효과를 수백 배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왜 전파 신호일까? 우선 기술적으로 충분히 발달한 외계 지적생명체들도 우리와 같이 먼 지점 사이의 통신에 전파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파는 다른 파장의 빛(전자기파)에 비해 대기 내에서 먼 거리를 갈 수 있고 건물이나 산 같은 방해물을 돌아서도 잘 전달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행성 내에서의 통신 중 일부가 우주로 새어 나가 아주 먼 곳(지구)까지도 성간물질의 방해를 뚫고 닿을 수 있게 된다. 특히 그 지적생명체가 다천체 문명(둘 이상의 행성이나 위성에 걸쳐 세워진 문명)을 이루고 있다면 천체 간 통신이 활발할 것이므로, 우주 공간으로 전파 신호가 퍼져 나갈 확률이 더 높다.

이번에 찾아낸 8개의 외계 인공 신호는 다시 관측했을 때 감지되지 않아 후보에 머무르고 있다. SETI는 이 별들에 대한 관측을 여러 차례 더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신호가 다시 잡혀서 우주 밖 다른 지능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면 그 신호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딥러닝이 미지의 영역인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김성수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
#외계인 탐사#ai#새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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