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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운영 ‘매력적’…시장 포화는 ‘우려’

줄 서서 기다린다…‘셀프 사진관’ 창업해볼까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23.03.03 15:46:44
  • 최종수정 : 2023.03.03 15:47:01
# 3월 1일 오후 4시에 찾은 서울 성수동 상권.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젊은이들로 도로 전체가 북적인다. 인기 맛집과 편집숍이 즐비한 성수에서도 유독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가게들이 있으니 바로 ‘셀프 사진관’이다. 촬영 부스 제외 3~4평 남짓한 매장 안에 10명 넘는 이들이 본인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기줄이 매장 밖까지 늘어선 곳도 많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주변 상권에 자리 잡은 셀프 사진관만 30개 남짓. 인생네컷, 포토이즘박스, 하루필름, 모노맨션, 더필름, 비룸스튜디오 등이 매장 하나 건너 하나꼴로 위치해 있다. 하루필름에서 만난 김진영 씨는 “20대 사이에서 셀프 사진관은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예쁜 매장 인테리어를 배경 삼아 친구들과 스마트폰 셀카를 찍거나, 부스에 들어가서 어떤 포즈를 지을지 상의하고 있다 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말했다.

최근 셀프 사진관이 MZ세대 사이 큰 인기를 끌면서 매장 앞 기다란 대기줄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사진은 서울 합정에 위치한 ‘RGB포토스튜디오’. (RGB포토스튜디오 제공)

최근 셀프 사진관이 MZ세대 사이 큰 인기를 끌면서 매장 앞 기다란 대기줄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사진은 서울 합정에 위치한 ‘RGB포토스튜디오’. (RGB포토스튜디오 제공)



‘셀프 사진관’이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10여년 전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 기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면 쉽다. 매장 내 마련된 각종 소품과 조명, 배경을 활용해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색다른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어 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폭발적’이다.

창업 열풍도 뜨겁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셀프 사진관 브랜드는 50여개. 전국 매장 개수만 1000개가 훌쩍 넘는다. 홍대나 성수같이 젊은 세대가 몰려드는 메인 상권에는 한 상권에만 30개가 넘는 셀프 사진관이 있을 정도다. 별다른 운영 노하우 없이 무인으로 운영 가능하다는 점에서 창업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매장 개수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탓에 ‘포화’ 우려도 없잖다. 과거 ‘인형뽑기방’처럼 반짝 인기 후 줄폐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브랜드만 50여개 ‘우후죽순’

2022년 매출 전년 대비 271%↑

셀프 사진관 창업 열풍은 2021년 들어 본격 시작됐다. 인생네컷과 포토이즘 인기가 급증하면서 셀프 사진관에 관심을 갖는 예비 창업자가 늘었다. 외부 환경도 도와줬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실이 늘면서, 건물주 입장에서는 당장 매장을 채울 창업 아이템이 필요했다. 여기에 인건비 부담과 바이러스 감염 이슈로 ‘무인 점포’가 새로운 창업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셀프 사진관 창업이 날개를 달았다.

창업 붐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KB국민카드가 오프라인 카드 결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셀프 사진관 매출은 전년 대비 271%, 같은 기간 신규 가맹점은 54% 늘어났다.

브랜드도 여럿이다. 스티커 사진 최초로 매장형 사업을 시작하며 셀프 사진관 붐을 일으킨 주인공 ‘인생네컷’을 시작으로 리모컨 촬영 도입 선구자로 평가받는 ‘포토이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창업하며 관심을 모은 ‘하루필름’, 부스마다 4가지 조명을 끄고 켤 수 있는 ‘RGB포토스튜디오’,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기술이 자동으로 얼굴을 보정해주는 ‘포토그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모노맨션’ ‘포토드링크’ ‘포토시그니처’ ‘비룸스튜디오’ ‘인싸포토’ ‘플랜비스튜디오’ ‘셀픽스’ 등 매장을 여럿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많다.

셀프 사진관, 그게 돈이 됩니까

월매출 1000만원에 마진율 70%

셀프 사진관 초기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까. 여러 브랜드 답변을 종합한 결과, 임대료와 권리금을 제외하면 1억원 수준(10평 기준)이다. 보통 10평 매장에 셀프 촬영용 ‘포토 키오스크’를 3~4개 정도 운영한다. 키오스크 가격은 브랜드마다 편차가 있다. 저렴한 곳은 1200만원에서부터 비싼 곳은 2500만원까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셀프 사진관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 초기라 부르는 게 가격 체계가 투명하지 않다. 평균으로 따지면 1600만~180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인테리어 비용은 10평 기준 2500만원 수준이다. 이외에 가맹비·교육비와 인화지 등 비용이 200만~300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

별도 운영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은 셀프 사진관 창업이 갖는 최대 장점이다. 무인으로 운영 가능한 덕분에 인건비가 들지 않고 요즘 비싼 가스비도 필요 없다. 월매출 1000만원을 가정하면 로열티 70만원(업계 평균 7% 수준)에 필름값과 전기세를 더한 월 150만원 그리고 임대료 정도가 전부다. 월매출만 확보된다면 점주가 가져가는 마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건은 임대료와 권리금이다. 셀프 사진관 창업 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입지’다. 셀프 사진관 주요 타깃층인 10대부터 20대 후반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메인 상권’에 입점하지 못할 경우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어렵다. 하지만 해당 상권은 그만큼 임대료와 권리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메인 상권 10평 기준 임대료는 300만원에서 500만원, 비싼 곳은 권리금만 2억원이 넘는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셀프 사진관 브랜드 대표는 “홍대 등 메인 상권에 위치한 매장은 월매출이 15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가까이 꾸준하게 찍힌다. 문제는 주택 단지나 신도시, 지방 상권이다. 월매출이 100만원도 안 나오는 곳이 있을 정도로 매출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창업 시 주의 사항은

옥석 가리기 中…AS 기술력 꼭 확인

셀프 사진관이 최근 인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리스크도 있다. 실제 유명 셀프 사진관 브랜드 중 하나인 ‘하루필름’은 지난해 매장 개수 100개를 넘어선 이후 가맹 사업을 접고 매장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성수에서 셀프 사진관을 운영 중인 A씨는 “매장 개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정된 상권 내에서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에 돌입하다 보니 매출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원호 RGB포토스튜디오 대표는 “현재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경쟁력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는 ‘옥석 가리기’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며 “가맹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라면 시장을 좀 더 관망한 후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택해 진입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선택 시 또 하나 확인해야 할 점은 본사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술력, 쉽게 말해 ‘AS 역량’이다. 통상 3~4개 키오스크만으로 운영하는 셀프 사진관 특성상 하나만 고장 나도 하루 매출이 30% 가까이 날아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AS 역량이 없는 소형 브랜드의 경우 문제 해결까지 2~3일이 걸릴 때도 있다. 매출 피해가 막심할뿐더러 ‘관리가 되지 않는 매장’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브랜드 선택 전 소프트웨어 기술팀이나 AS 관리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9호 (2023.03.08~2023.03.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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