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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테크

“나도 웹툰 한번 그려볼까”...그림 못 그려도 가능하다는데

황순민 기자
김대기 기자
입력 : 
2023-03-09 20:32:20
수정 : 
2023-10-21 20: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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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웹툰작가’ 탄생 임박
요구 따라 결과물 생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등장
명령어에 맞게 그리고 채색
소재 좋으면 누구나 작가 가능
.
[사진 = 연합뉴스]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물을 생산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에 웹툰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창작활동을 돕는 AI 기술이 보편화되면 웹툰 플랫폼에 더 많은 창작자들이 모여들 수 있고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AI가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대상을 이해했다면 생성형AI는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킨다. 생성형AI의 한 영역인 이미지 분야에서는 인간이 내린 명령어에 따라 AI가 그림을 무제한으로 생성하고 채색까지 도맡는 것이 가능하다. 그림에 특출한 재능이 없더라도 재미있는 소재와 스토리만 있으면 전문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가령 챗GPT를 활용해 스토리를 창작하고 ‘그림AI’를 활용해 이를 다시 웹툰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이 종주국인 웹툰 시장에서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여러 시도가 이어지면서 ‘AI작가’탄생이 임박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생성형AI 스타트업인 오노마AI는 웹툰 작가(사람)과 AI가 함께 작업한 웹툰을 이르면 이달말 주요 웹툰 플랫폼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작품은 작가가 구상한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AI가 콘티, 밑그림, 채색 등 작업의 상당 부분을 도왔다. 이러한 작업은 오노마AI의 웹툰AI 플랫폼 ‘투툰’을 통해 이뤄졌다. 이달 중순 무료로 대중에 공개된 투툰은 글로 쓴 명령어에 따라 웹툰 캐릭터, 옷, 배경이미지, 콘티 등을 만들어준다. 가령 ‘교실 밖으로 나가는 여러 학생들’라고 입력하면 이를 만화풍으로 그린 그림이 뚝딱 나오는 식이다. 여기에 대사를 입력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자세한 문장을 입력할 수록 섬세한 그림이 나온다. 웹툰 작가들이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웹툰에 배경도 AI가 순식간에 생성해준다. 이렇게 생성된 그림은 모두 오노마AI가 직접 그린 IP(지식재산권)이므로 저작권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오노마AI를 창업한 송민 대표는 연세대 문헌정보학 교수로 자연어 처리 분야 전문가다. 그는 “AI기술을 통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면서 “챗GPT를 홀용해 글을 만들고, 투툰 엔진을 통해 숏폼 동영상으로 전환시키는 기술도 개발해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노마AI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4억개 이미지를 학습한 뒤 100만개 아이콘 데이터를 훈련한 AI 모델을 이용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아이코노키’ 플랫폼을 무료로 공개한 바 있다.

IT업계 뿐 아니라 웹툰·만화 업계도 발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유명 만화가 이현세 화백은 ‘인공지능 이현세’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역 만화가가 AI 제작에 뛰어든 첫 사례다. 이 화백이 44년간 창작한 만화 약 4174권 분량을 AI에게 학습시킨다. 업계에선 이르면 올 하반기 AI가 그려낸 ‘이현세 신작’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24년 완성을 목표로 웹툰 자동 생성 기술 ‘딥툰’을 개발 중이다. 작가가 줄거리와 스케치만 해놓고, 나머지는 AI가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21년 ‘웹툰 AI 페인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컴퓨터가 30만 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추출해 학습시켜 만들어낸 툴이다. 얼굴·신체·배경 등 부위별 특징과 색상 스타일을 학습, 스케치 위에 클릭만 하면 알아서 자연스러운 색을 입혀준다. 웹툰 ‘이두나!’ 122화 일부 컷에 이 기술이 적용한 민송아 작가는 마우스 클릭 두 번 만에 채색이 끝난 그림을 올리며 “(기계에게) 인류는 졌어”라고 썼다. 네이버웹툰은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웹툰 AI’ 조직을 구성한 상태다.

카카오는 생태계 확장에 적극적이다. 최소 1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AI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의 이미지 생성형 AI이 모델인 ‘칼로’를 적극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칼로 기술이 녹아든 국내 최초의 AI 이미지 생성 애플리케이션 ‘비 디스커버’를 지난해 10월부터 무료로 시장에 배포하고 있다. 칼로를 활용해 사용자의 상상력을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웹 서비스 ‘비 에디트’의 오픈 베타버전을 지난 7일 공개했다.

그림을 그려주는 생성형AI는 지난해 영국 스타트업 ‘스태빌리티AI’가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을 공개하면서 콘텐츠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텍스트 생성 도구로 ’챗GPT’가 가장 앞서간다면 이미지 분야에선 스테이블 디퓨전이 선구적이다.

AI를 학습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침해 논란은 기술이 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저작권 이미지 기업 게티이미지는 학습시킨 이미지에 대한 라이선스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스태빌리티AI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러스트레이터·만화가인 사라 안데르센, 켈리 매커넌, 칼라 오티즈는 스태빌리티AI와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를 고소했다.

한편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챗GPT를 활용한 부가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최근 챗GPT 기반 챗봇 ‘아숙업(AskUp)’을 선보였다. 이미지 정보를 추출해 원하는 정보를 요약 정리해주는 서비스로 출시 3일만에 이용자 3만명을 돌파했다.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은 최근 챗GPT 기능을 탑재한 ‘건강 AI 챗봇’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건강 시술 관련 질문을 하면 AI가 실시간 진단과 함께 해결 방안을 건넨다. 커리어 커뮤니티 서비스 업체인 코멘토도 최근 챗GPT를 활용한 커리어 멘토링 서비스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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