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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경고나선 금감원… "기업가치 부풀려져 손실 가능성"

김명환 기자
입력 : 
2023-03-09 17:47:09
수정 : 
2023-03-10 18: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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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공모에 조단위 뭉칫돈
작년 스팩 상장 8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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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흥행불패'를 기록했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올해 들어서도 여러 거래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공모주 시장이 침체하면서 우회 상장하는 스팩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공모주의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마저 나왔는데, 최소한의 원금을 보장받으려는 투자자들이 스팩으로 몰려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도 삼성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이 최근 나란히 스팩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지난해와 조금 다르다. 공모 규모가 400억원에 달하는 삼성스팩 8호는 청약증거금으로만 1조7079억원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상장 당일 주가는 공모가인 1만원을 밑도는 9980원에 마감했다.

미래에셋 드림스팩 1호는 지난 6~7일 진행된 일반 청약에서 최종 경쟁률이 0.46대1로 집계돼 실권주가 발생했다. 이렇다 보니 스팩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유의 사항을 금융당국이 내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회사는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문제는 합병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기업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상장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이 부분을 일반투자자가 투자를 고려할 때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스팩 상장 건수는 45건으로 전년(25건) 대비 80% 급증했다. 스팩은 상장해서 모은 자금으로 비상장 회사를 인수하거나 서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스팩 합병은 미국에서도 스타트업의 주된 상장 수단 중 하나로 최근 몇 년 새 각광받은 모델이다. 기업공개(IPO) 공모 절차를 우회해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제한된 비상장사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비상장 회사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풍문이 돌면 관련 스팩 주가가 급등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일반투자자는 스팩 투자 시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스팩 투자·비상장 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2019년부터 2022년 9월까지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개사를 분석한 결과 스팩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 대비 할인하고 합병 대상 법인의 가액은 본질가치 대비 할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대표발기인인 증권사는 합병 실패 시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 합병 성공 시 자문 수수료를 받고 스팩 주식 취득가액도 낮기 때문에 비상장 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감원은 "일반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는 합병 완료 후 피합병 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미리 스팩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한 견제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법인. 상장 후 3년 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해산된다. 해산할 경우 투자자는 약정이자와 원금을 받게 된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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