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3거래일새 9139억 순매도
- 더 높은 수익률 좇아 자금 이동
- 한미 금리격차 더 커질 가능성
- 한은 통화정책 불확실성 커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국제신문 지난 2월 24일 자 1·3면 보도)한 직후부터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진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너무 일찍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국내외에 ‘한국의 긴축은 끝났다’는 메시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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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명동 환전소 앞에서 이용객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한은이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24일(+7.7원), 27일(+18.2원) 등 이틀 연속 급등해 지난해 12월 7일(1321.7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1320원 선을 넘어섰다. 28일에는 0.4원 하락했지만, 1320원대(1322.6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23일 종가와 비교하면 3거래일 사이 2% 가까이(1.97%, 25.5원) 뛴 셈이다.
외국인 순매도세도 이어진다. 한국거래소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직후부터 외국인의 3거래일 누적 순매도 규모가 9139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런 외국인 매도세에 밀려 지난달 28일 코스피(종가 2412.85)도 23일(2439.09)보다 약 1.1% 떨어졌다. 외국인은 채권 시장에서도 지난달 2405억 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런 자금 흐름은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이나 실제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긴축이 더 길고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달러 강세(가치 상승)를 이끌었다. 한미 금리차는 현재 1.25%포인트(한국 3.50%, 미국 4.50∼4.75%)로 이미 22년 만에 가장 크다. 연준이 이번 달과 오는 5월 최소 두 차례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차이로 확대된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한은과 이창용 총재의 메시지에 실책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겼지만, 그 수준을 3.75%로 제시한 것이 결국 긴축 종료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이미 기준금리 5.5∼6%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마치 최종 금리가 높아야 3.75%로 예고된 것과 같다. 너무 끝을 단정적으로 말한 게 좋지 않은 신호였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이나 환율 불안 등에 대응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고 물가가 더 불안해져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장은 이번 동결로 이미 긴축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실물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면 금리 인상 명분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