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페인포인트로 창업 나선 전문직들[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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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올해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반도체 계약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이 대거 등록을 포기했다는 최근 뉴스를 보셨나요? 가장 큰 이유가 의대 진학을 위해서라는데요.

의사뿐 아니라 판사, 검사, 변호사, 회계사 등 이른바 전문직의 인기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독자여러분,

이런 전문직 출신들 중에서도 창업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이미 어느정도 안정된 삶이 보장된 듯하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이 창업이라니?’ 싶으시겠지만 의외로(?)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종합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가 치과의사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죠. 미용 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도 의사 출신이고요.

전문직 종사자들의 창업은 계속해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동안은 자신의 업(業)과 관련이 없거나 일부 연관된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자신의 업을 이어가면서 경험한 페인포인트(pain point·고충)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듯 합니다.
●AI로 세무사·약사들의 수작업 고충 개선


혜움랩스의 ‘더낸세금’ 구동 모습.
혜움랩스의 ‘더낸세금’ 구동 모습.
지난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으로부터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세무IT 스타트업 ‘혜움랩스’의 창업자는 세무사 출신의 이재희 대표입니다. 세무사로 일하면서 느낀 단순 반복 업무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LG전자기술원 출신 개발자와 협업해 혜움랩스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혜움랩스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온라인 경정청구 서비스 ‘더낸세금’입니다. 세무사와 인공지능(AI)이 협업해 사업자가 이미 신고한 법인세와 소득세를 분석하고, 누락된 공제 항목과 추가로 적용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빠르게 찾아준다고 합니다. 그동안 세무사가 300여 개의 세금감면 항목을 일일이 검토해야 했는데, 이런 수고를 줄이면서도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서 가입자수가 1년여 만에 16만 명으로 늘었다고 하네요.

메딜리티의 ‘필아이’ 구동 모습. 메딜리티 제공.
메딜리티의 ‘필아이’ 구동 모습. 메딜리티 제공.
약사 출신인 박상언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메딜리티’는 비전AI 기반의 알약 카운팅 앱 ‘필아이’를 만든 기업입니다. 약국을 개국해 10여 년간 안정적으로 약사로 일하던 박 대표가 창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다고 합니다. ‘약국은 어찌 보면 소매업인데, 여기서 뭔가 하지 않으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박 대표가 주목한 건, 약사들이 약을 조제할 때 손으로 일일이 알약을 세고 분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는 불편함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 나가는 약의 개수가 부족하거나 많게 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보통 약을 다섯 알씩 세는데, 아무리 청결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터치가 많을수록 위생에 대한 우려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었죠.

그가 만든 앱은 스마트폰으로 단 한 번만 약을 촬영하면 최대 1000정의 알약을 99.99%의 정확도로 셀 수 있다고 합니다. 박 대표는 “앱을 이용하면 손으로 셀 때보다 20배 이상 빨라 업무 효율을 높이고, 약사가 복약지도 등의 서비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 11월 법인설립 이후 현재까지 필아이 앱 사용자 수는 국내에서만 약사와 약국 직원 등 6만여 명입니다.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 없이 입소문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세계적으로는 230여 개 국가에서 33만 명이 이용 중이라고 합니다.
●의사들의 병원 경영 고충 해결 위해 전용 플랫폼 구축
올해 초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인티그레이션’은 한의사 출신인 정희범 대표가 설립한 메디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인티그레이션은 한의사 플랫폼 ‘메디스트림’을 만든 데 이어 치과의사 출신 송언의 대표가 만든 플랫폼 스타트업 ‘데니어’와의 M&A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고 합니다. 인티그레이션은 ‘메디스트림’과 치과의사 플랫폼 ‘모어덴’, 치과위생사 플랫폼 ‘치즈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티그레이션이 주목한 페인포인트는 의사들이 병원 경영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었습니다. 홀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의 경우, 시간상 여유가 부족한 데다 급여 정산 등 각종 행정 처리 경험이 없어 고충을 겪는 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커뮤니티 △온/오프라인 강의 플랫폼 △이커머스 △경영지표관리 SaaS △원외탕전 경영지원(MSO) △치기공소 경영지원(MSO) 등 한의사와 치과의사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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