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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업제한 때보다 힘들어”… 고금리·고물가에 서민들 삶 ‘팍팍’

입력 : 2023-02-21 06:00:00 수정 : 2023-02-21 10: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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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분기 가계대출 금리 5%대
대출이자 부담 서민들 지갑 닫고
임대인은 금리 부담에 임대료 인상
4월엔 맥주·소주값도 인상 예고
“코로나 영업제한 때보다 힘들어”

‘2022년 삶의 질 보고서’
5.9점… OECD 평균 6.7점 한참 못 미쳐
10만 명당 아동학대 경험률 역대 최대
자살률·독거노인 비율 큰 폭으로 상승

지난 15일 오후 9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서울 마포구 한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부부는 “요즘엔 코로나19가 확산한 ‘9시 통금’ 시절보다도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금리가 오르니까 소비를 줄인다. 식당을 찾는 손님 자체도 줄었고, 오는 손님도 주문하는 양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들은 “예전엔 메인 메뉴 2개에 사이드 메뉴 1개를 시켰는데, 이젠 메인 메뉴 1개에 사이드 메뉴를 2개 시킨다”면서 “여유가 없어져서 서로 집에 가져가라며 음식을 포장해주는 문화도 사라졌다”고 씁쓸해했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한숨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출 금리 급등은 대출 차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대료 등 고정비용까지 끌어 올리고 결국 서민들의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높은 은행권 금리를 지적하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고 국내 소비자물가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오는 2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최소 동결할 가능성도 적잖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 금리는 5.50%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이전인 2020년 1분기(2.91%)나 같은 해 3분기(2.59%)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2020년 5월 0.50%까지 낮췄는데, 이후 물가상승률이 치솟자 2021년 8월부터는 거듭 인상을 단행하면서 대출 금리 인상을 주도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0%다.

 

대출 금리 급등의 파급효과는 대출 이자를 넘어 임대료에도 영향을 미쳤다. 임대인들이 이자 부담을 명분으로 임대료를 올려서다. 서울 마포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성미(62)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영업을 못 해서 대출을 받았는데 아직 상환을 못 했다”면서 “그땐 금리가 3%대였는데 최근 거의 6%까지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금 금리 수준으로는 서민들이 살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난방비, 택시요금 등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당장 오는 4월부터는 맥주에 붙는 세금과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에탄올)과 병 가격이 인상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맥주와 소주 출고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인 장모(31)씨는 “친구랑 편하게 만나려 해도 술값이 비싸 등골이 휘겠다”며 “소맥은 더 이상 서민의 술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반기에는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크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시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내수경기는 침체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어 미국과 금리 격차를 생각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는데, 그럴 경우 우리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삶의 만족도, OECD 38國 중 36위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과 독거노인 비율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행복보고서의 국제 비교(2019∼2021년) 결과 우리나라는 주관적 삶의 만족도에서 5.9점(10점 만점)에 그쳤다. 이는 OECD 38개국 평균(6.7점)보다 0.8점이나 낮은 점수로, 우리나라보다 점수가 낮은 국가는 튀르키예(4.7점)와 콜롬비아(5.8점)뿐이다.

2021년 연간 기준으로 집계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점으로 소폭 올랐다. 다만 가구소득이 월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의 만족도는 5.5점에 그쳤고, 소득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인 경우도 6.0점에 머물렀다. 소득이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뜻이다.

 

보고서에서는 건강, 여가, 가족·공동체 등 11개 영역 71개 지표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했다. 전체 지표 중 지난해 업데이트된 지표는 62개이며, 47개 지표는 기존 조사 대비 개선됐다. 14개 지표는 악화됐으며 1개 지표는 이전 조사와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지표 가운데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이 전년보다 0.3명 늘어 26.0명을 기록했다.

특히 70대(41.8명)부터는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40명을 넘었고, 80세 이상에서는 61.3명으로 치솟았다.

2021년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아동 10만명당 502.2건으로, 전년(401.6건)보다 100건 넘게 증가했다. 2001년 17.7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례 건수를 보면 2019년 3만45건에서 2021년 3만7605건으로 늘었다. 증가 폭 또한 2021년에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전국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신고된 사례만을 집계한 수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지난해 6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은 20.8%를 기록했다. 2000년 16.0%에서 2005년 17.3%, 2010년 18.5%, 2020년 19.8%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2000년(339만4000명) 이후 2.7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독거노인은 지난해 187만5000명으로 2000년(54만3000명)보다 3.5배 늘었다.

사람에 대한 주관적 신뢰도를 평가하는 대인신뢰도의 경우 2021년 59.3%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인당 국내 여행 일수도 2021년 6.58일에 그쳐 코로나19 이전(2019년 10.01일)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조희연·박유빈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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