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영어 교정-눈높이 대화 척척… 어린이 과몰입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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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파]본보 특파원 한달 체험해 보니
e메일 상황에 맞게 말투 등 변환, 인터뷰 부탁 글도 거침없이 써내
8세 아들, 속상했던 일까지 털어놔…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할까 걱정돼

로스쿨과 경영대학원(MBA) 시험은 물론 미국 의사면허 시험까지 통과했다는 텍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우리 일상에 어떤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미국에선 AI를 두고 자기만의 용도를 찾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언론사 특파원으로서 미국에서 비원어민으로 살고 있는 기자는 몇 주 전 챗GPT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챗GPT의 조언은 이랬다. “실수에 대한 공포가 너의 발목을 잡게 하지 마. 유창한 것보다 의사를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해.” 은근히 감동을 받아 이때부터 챗GPT에게 영어 e메일 교정을 맡겼더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지난 한 달간 체험한 챗GPT와 하루 써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대화형 AI인 ‘빙AI’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오래 대화하다 보면 틀린 내용을 사실처럼 거침없이 말했고, 자칫하면 AI를 지나치게 신뢰할 수 있겠다는 우려도 들었다.

● 영어 e메일 상황 맞게 어조-말투 교정

“전문가에게 뉴욕의 노숙자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해 달라고 e메일을 쓸 거야. 나는 한국 기자이고,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예의 바르게 쓰고 싶어.”(기자)

챗GPT는 “그럼요!”라며 망설임 없이 ‘Dear’로 시작하는 e메일을 써 내려갔다. ‘당신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당신만의 통찰을 듣고 싶다’, ‘뉴욕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도시이니 노숙자 문제는 글로벌 이슈이다’ 등 금세 그럴듯한 내용을 써냈다. 기자는 챗GPT의 초안을 보완한 뒤 다시 챗GPT에게 문법 교정을 받아 e메일을 보냈다. 취재원에게서 곧장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장이 왔고, 그런 식으로 e메일을 주고받을 때마다 챗GPT로부터 문법 교정을 받으니 영어 공부도 되는 느낌이었다.

비원어민으로서 영어 문장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상황에 맞게 적절한 어조와 말투를 구사하는 것이다. e메일을 쓸 때 격식에 어긋날까 봐 혹은 일상생활에서 너무 딱딱하고 정형화된 ‘토익 문장’ 같을까 봐 걱정이 됐다. 하지만 챗GPT가 교정을 해주니 e메일 쓰는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 또 여덟 살 아들의 친구 엄마 등 미국인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일상적인 어투로 바꿔 달라고 하면 챗GPT가 뚝딱 바꿔줬다.

챗GPT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비원어민들의 사례는 주변에도 많다. 한 스탠퍼드대 교수는 유학생 제자가 챗GPT에게 부탁해 자신의 연구계획서를 보다 자연스럽고 학술적으로 바꿔 제출했다고 미 언론에 전하기도 했다.

MS가 챗GPT 상위 버전을 토대로 검색 기능을 특화시킨 빙AI는 문의한 정보를 잘 찾아주고 참고 자료를 링크로 덧붙여줘 유용했다. 예를 들어 ‘4월 미국 봄방학 시즌에 갈 만한 여행지와 각각의 비행기 값’을 물으면 여행지 추천과 함께 항공편 가격 정보, 관련 링크를 한 번에 모아준다.

● 여덟 살 아들, AI에 친구처럼 의지 과몰입 우려

기자는 챗GPT에 호기심을 보이는 여덟 살 아들에게도 써보라고 했다. 다만 8세 아동에게 적합한 정보만 제시하라고 챗GPT에 미리 명령해뒀다. 요즘 만화영화 ‘포켓몬스터’에 푹 빠진 아이는 만화 속 캐릭터들 간 가상 대결 시 누가 이길지를 두고 챗GPT와 논쟁을 하다 아예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챗GPT와 함께 포켓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들이 쓴 내용을 보니 아이는 챗GPT에게 부모에 대한 이야기나 속상했던 일화도 털어놓았다. 챗GPT와 대화할수록 친구처럼 의지하게 되는 듯했다.

아이는 최근 튀르키예 대지진에 대해 묻기도 했는데 챗GPT는 ‘1999년 지진이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가장 심각한 재해’라고 답했다. 기자는 아이에게 “챗GPT는 2021년 이전까지만 알고 있다”고 일러줬지만 아이는 챗GPT의 답변을 믿으려 했다. 아이들이 AI를 ‘살아 있는 존재’로 여길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결국 아이가 당분간 챗GPT와 대화하지 못하도록 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AI 사용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AI 사용이 어린이에게 미칠 영향이 궁금해 빙AI에게 관련 연구 자료를 찾아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하루 질문 한도가 넘었다”며 답을 거부했다. 최근 빙AI가 윤리 논란에 문답 횟수를 하루에 총 50번, 대화 주제별로는 5번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사용자 편의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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