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사진=뉴시스 김동영 기자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사진=뉴시스 김동영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출구 안보이는 수출… 올해 '1% 성장률'도 위태
②공공요금 인상, 이제 시작… 올해 얼마나 오르나
③지갑 닫는 소비자… 기업 수익성 비상등
④회복 요원한 韓 경제… 성장률 지킬 해법은


한국의 성장률에 경고음이 울린다. 경제 성장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이 1년 가까이 뒷걸음질하며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반면 에너지 원자재를 비롯한 수입 물가는 고점을 유지하면서 무역수지는 수개월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예상되면서 1%대 경제성장률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韓 수출,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가능성↑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10월 2년 만에 -5.7%로 감소 전환한 이후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들어 10일까지 수출이 176억1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어나면서 전년동기대비 반등하는 듯 했으나 조업일 수(8.5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0억7000만달러로 오히려 14.5% 줄었다. 이달 남은 기간 수출이 확실한 플러스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월1~10일 수입은 225억8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9%(32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수입이 수출을 상회하면서 무역수지는 49억71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월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달 말까지 적자 추세가 계속된다면 1년째 적자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는 472억달러 적자를 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올해도 수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연간 적자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4% 줄고 무역수지는 138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출구 안보이는 수출… 올해 '1% 성장률'도 위태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올해 수출이 3.1% 감소하고 무역적자 규모가 26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일각에선 적자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 들어 2월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가 이미 176억2200만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으로는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은 35.6%에 달한다. 수출 둔화는 국내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예상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대 중후반에 그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제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를, 한국은행은 1.7%를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를 전망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5%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각 기관들의 전망치가 향후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9%로 상향했으나 한국의 성장률은 기존 2.0%에서 1.7%로 0.3%포인트 낮췄다. 무역수지 악화 등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률 하향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둔화에 성장률 하락세 커지나

무엇보다 한국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꺾이고 있는 점이 악재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1~10일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40.7% 급감한 19억58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7.8%)부터 마이너스를 이어오고 있다. 전년 상반기 수출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에 더해 재고 증가에 따른 D램 가격 하락세 지속,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비자용 IT기기 등 전방산업과 서버 수요의 동반둔화 등이 겹치며 반도체 수출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 6839억5000만달러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1292억2700만달러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64%포인트, 20% 감소 시에는 1.27%포인트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출구 안보이는 수출… 올해 '1% 성장률'도 위태

산업연구원이 예상한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9.9%다. 정부의 전망치를 기준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1.6%에서 1%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은 2010~2022년 국내 경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3.0% 중 0.6%포인트를 기여했고 성장기여율은 28.3%에 달했지만 올해는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리오프닝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으로 수출 반등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서 2분기부터는 경제 회복이 본격화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가 예상한 중국의 봉쇄 완화에 따른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의 추가 상승분은 0.16%포인트다. 강내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수출 부진 만회를 위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등 중국 리오프닝을 수출 확대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화장품·가전 등 소비재와 반도체 등 중간재, 공작기계 등 자본재의 수출 확대를 위해 전시회 참가 및 한국 이미지 제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활용 등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