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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에…日노조, 20년만에 최대 임금 인상 요구

■춘투 앞두고 협상안 제출

"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아야"

히타치·파나소닉·마쓰다 등

18곳 중 60% 역대 최고 요구

사측도 공감하지만 경기 악화

노조 눈높이 맞추기 쉽잖을듯

사진 설명




일본 최대의 전자기기 제조 업체 히타치의 노동조합이 2023년 춘계 노사 협상 요구안을 16일 사측에 전달했다. 이번 요구안의 핵심은 단연 ‘임금 인상’이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 3.9%를 목표로 월 급여 7000엔 인상안을 제시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파나소닉HD 노조도 월 7000엔 규모의 임금 인상안을 공개했다. 후쿠자와 구니하루 노조 중앙집행위원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조합원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주요 기업 노조들이 올해 ‘춘투(春鬪)’를 앞두고 20~3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을 잇따라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까지 노조 요구안이 공개된 주요 제조 기업 18곳 가운데 60% 이상이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내놓았다. 닛케이는 “코로나19의 여파에서 벗어나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시작된 지난해를 뛰어넘는 (임금 인상)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며 “기업들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한 달간 진행될 노사 협상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임금의 대폭 인상 주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자동차 업계 노조다. 닛산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3%(월 1만 2000엔)로 잡았다. 기존 역대 최대치인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마쓰다 노조도 월 급여를 1만 3000엔 올려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임금 인상률로는 약 4%로 현행 인사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주요 기업 노조가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물가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0%대에 머물던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 전년 동기 대비)은 4월 2%대로 올라섰고 9월에는 3%를 넘어섰다. 이어 12월에는 4%까지 치솟았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기업들 대부분이 임금을 동결했다. 2013년 이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재계에 매년 수치까지 제시하며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관제 춘투’에 나섰지만 여전히 인상률은 1%를 밑돌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물가 상승 속도마저 가팔라지면서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어 2년 연속 실질임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도 일단 임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본 최대 기업 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역시 “임금 인상은 사회적 책무”라며 임금 인상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을 실현하겠다는 목표 아래 2015년 이후 8년 만에 정부와 재계, 노동계 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노사정 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노조가 원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닛케이는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수당 등의 지급은 늘고 있으나 미국의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임금 인상에 소극적인 기업도 적지 않다”며 “기업 환경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실제 주요 기업들이 얼마만큼 임금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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