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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일반분양 당첨자 구분없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조합원과 달리 일반분양 당첨자들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인천시 미추홀구 공인중개사 A씨)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천 등 수도권 서남부에서 입주를 앞둔 대단지들에서 이른바 ‘마이너스프리미엄(마피) 거래’ 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고금리 탓에 자금 조달이 어려운 입주자들이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내놓는 것이다.

15일 찾은 인천 미추홀구 ‘주안 파크자이 더 플래티넘(2054가구)’은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를 위한 공사 차량이 드나드는 가운데 주변 도로도 깔끔하게 정비되는 등 입주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주변 부동산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반분양 당첨자들 매물은 마피 2000만~3000만원 사이에 나오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당첨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마피 금액이 더 큰 매물도 있다. 인근 시세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59㎡C는 3억5055만원(1층)까지 하락했다. 59㎡C 1층 분양가가 3억895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마피가 40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마피’는 인근 시세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신동아7차 전용면적 84㎡는 지난 해 12월 2억61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해 8월 매매가격 3억6000만원 대비 1억원 가까이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이렇게 가격이 떨어져도 관심을 보이는 이가 많지 않다”며 “공인중개사들도 부담을 느낄 정도라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입주 예정인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의 ‘부천 일루미스테이트(3724가구)’는 ‘1억원 마피’ 거래가 이뤄지면서 일대 공인중개사들이 술렁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주변에서도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하루 종일 ‘마피 1억’을 물어보는 전화 때문에 일도 제대로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확인 결과 이 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 달 중순 4억2700만원에 직거래로 매매가 이뤄졌다. 최고 분양가 5억422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해당 거래를 제외하더라도 이 단지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 해 6월까지만 해도 6억8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분양가 대비 1억5000만원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이달 초 5억5828만원까지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며 프리미엄을 사실상 전부 반납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이달 말 입주 예정인 송도국제도시 호반써밋(1820가구) 역시 분양권 프리미엄이 떨어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101㎡은 이달 초 5억9970만원에 분양권 매매가 이뤄졌다. 지난 해 1월 같은 전용면적 분양권이 7억319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3000만원 넘게 빠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일대 아파트들은 부동산 시장 상승기 때 매매가 10억원을 가볍게 넘었는데 매매가가 빠지면서 분양권 프리미엄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집값 하락은 전국적인 추세이지만 유독 인천과 인근 수도권 지역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올해 쏟아지는 입주물량과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인천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2125가구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만 가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0년 간 인천 아파트 입주물량이 2만 가구를 넘겼던 것은 지난해와 2018년 뿐이었다. 부천시 입주물량도 올해 3724가구인데 최근 5년 중 가장 많다.

여기에 인천의 경우 상승기에 2030세대들이 ‘영끌 막차’를 타면서 급등한 지역이기 때문에 침체기 하락폭이 더 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인천의 경우 뒤늦게 상승랠리에 올라탔는데 서울에서 내집마련이 어려워진 MZ세대들이 패닉바잉의 대상으로 눈을 돌린 곳”이라며 “여기에 GTX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까지 겹쳐 하락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커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