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주 제조업체 대선주조는 최근 제조 공정에 AI를 적용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소주 생산 라인에 비전 AI 기반 공병검사기를 도입해 검수 속도와 정확성을 높였다. 그 결과 공병 검수 속도를 2배 이상 높였다. 이전까지는 사람이 직접 공병을 분류했다.
챗GPT에 이어 중국의 저가형 AI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중소기업계도 AI가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이 제조 공정, 고객 관리, 마케팅 등 분야에 AI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해 매출 증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AI가 중소기업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AI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고 시대 변화에 뒤처진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우려한다.
◇중소기업 AI 활용률 5%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AI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중소기업의 AI 활용률은 5%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소기업의 AI 활용 실태조사’를 보면, AI를 적용한 중소기업은 5.3%에 그쳤다. 나머지 94.7%는 AI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핵심은 중소기업이 AI 도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300개 중소기업 중 80.7%는 ‘사업에 AI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고, 14.9%는 ‘AI가 회사 경영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해도 회사 경영에 크게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의 특성이자 한계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그동안 해왔던 업무를 계속 하려는 ‘현상 유지’ 속성이 강하다. 고금리·고물가, 장기간의 내수부진이라는 최악의 경영 환경 속 현상 유지 기조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등 혁신 역량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는 중소기업 CEO와 인력 고령화도 영향을 미쳤다. AI 등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비즈니스에 적용할 젊은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비교해) AI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제품을 납품해 이익을 얻는 사업구조로 AI 도입 효과를 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경우 현재 AI 활용은 회의록 작성 외에는 특별히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CEO 인식 개선, AI 부분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먼저 CEO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생산, 마케팅 등 어떤 분야에 AI를 적용해야 투자 대비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강상기 한양대 AI솔루션센터장은 “현재 비즈니스 시장에서 생산성 향상 등 AI의 긍정적 효과를 쉽게 말하는데, 중소기업이 AI 도입 후 실제로 그 성과를 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기업 상황에 맞는 AI의 부분 도입을 강조했다.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제조 중소기업의 경우 원자재 투입, 가공, 검사, 출하 등 모든 생산 과정에 AI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아, AI를 적용해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일중 카이스트 제조AI빅데이터센터장 역시 “제조 중소기업의 모든 제조 공정이 아닌, 기업이 얻고자 하는 목적에 맞게 핵심 공정에 집중적으로 AI 설루션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한 “CEO의 의지도 중요하다”며 “AI 도입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직원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AI 제조를 할 수 있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으로 나뉠 것”이라며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여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위험한 작업을 AI 로봇이 대신하는 등 근로 환경과도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