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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SG 뒤처지면 공급망서 퇴출 … 정부·기업 동반자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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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기업이 세계무대서 크려면
지식자원 국가적 공유해야
미키 英옥스퍼드대 부총장
정보에 느린 中企 지원 위해
정부·도시가 수집해 제공을
◆ 세계지식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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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지식포럼 부산'에서 '미래 세대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울산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A사 대표(55)는 내년 '유럽연합(EU) 공급망 실사법'이 본격 시행되는 것과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사 대표는 "유럽연합의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부품을 납품할 수 없다고 하는데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국내 ESG 평가 기준과 글로벌 평가 기준이 다르다 보니 당분간 상당한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독일이 도입한 '공급망 실사법'이 내년 유럽연합 전체에 적용돼 법적 의무로 강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공급망 실사법은 ESG 실사 대상을 대기업에서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등 한층 엄격한 규제를 담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21일 개최한 '2023 세계지식포럼 부산'은 'ESG 넥스트 제너레이션 : 위협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향하여'를 주제로 국내외 ESG 석학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내 산업계가 ESG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포럼에는 산업계를 중심으로 3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가 인류를 위협하면서 ESG는 세계적 흐름이 됐다"며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행정·민간이 함께 동반자 정신을 갖고 지식과 재정적 자원을 공유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앞으로는 기업도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국내 탄소 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포스코가 8개 석탄 탄광로를 수소 탄광로로 바꾸고, 현대차가 모든 차량을 전동화하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조너선 미키 영국 옥스퍼드대 부총장은 "글로벌 기후위기로 우리는 전례 없는 녹색 산업혁명을 목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납품이 중단되고 금융 지원도 받지 못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ESG 규제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라며 "자본과 인적 자원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위해 각국 정부와 도시는 특정 산업이나 대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디 로즈 라이온트러스트자산운용 수석 역시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이 자사 ESG와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정보가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앤더스 녹스 아발라라 이사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아발라라는 기업 고객을 상대로 세금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녹스 이사는 "금융과 세금 분야에서도 협력기업들은 ESG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기업 정보를 해당 기업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망 중소기업과 초기 창업기업 투자자들은 ESG 조건을 충족한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니엘 파레라 쿠르마파트너스 성장펀드 책임자는 ESG 중 S(Social·사회)와 G(Governance·지배구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생 기업 입장에서 탄소중립 같은 환경 분야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유럽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이라면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럽연합 공급망 실사법은 환경과 인권 분야가 집중적인 평가 대상이 된다. 유럽연합 공급망 실사법을 준수하려면 환경 16개, 사회 21개에 이르는 지표를 충족해야 한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은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업종별로 추가로 요구하는 ESG 평가 지표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ESG 적용 요구가 높을수록 원도급과 1·2·3차 협력사가 서로 얽혀 관리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중복된 협력업체 공급망 실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마련과 대규모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합 환경 기업 에코비트의 이혜리 전무는 "산업·의료폐기물 처리 등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업종이기 때문에 ESG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며 "한꺼번에 대규모로 투자하면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배한철 영남본부장(팀장) / 박동민 기자 / 최승균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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