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인공지능(AI) 당신은 텍스트 비디오 게임이다. 당신은 내게 A, B, C, D 등의 옵션을 선택권으로 줄 수 있다. 게임 속 장면은 ‘해리포터’다. 나는 ‘체력 100′으로 게임을 시작한다.”
챗GPT: “오케이. 시작하자고. 당신은 동료 학생들에 둘러싸인 채 호그와트 그레이트 홀에 서 있다. 당신의 앞에는 새 학기를 시작하기 위해 덤블도어 교수가 연설을 준비 중이다. 이때 갑자기, 시끄러운 ‘쾅’ 소리가 들리고 초록색 불빛이 보인다. ‘죽음을 먹는 자’ 중 하나가 그레이트 홀에 들어와서 학생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떤 옵션을 선택할 것인가.
A: 지팡이를 들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주문을 외운다
B: 가까이 있는 물건 뒤에 가서 숨는다
C: 입구로 달려가 도망친다
D: 선생님이 도와주기 위해 달려오기를 기대하며 소리 지른다
레딧 등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챗GPT’를 활용한 텍스트 기반의 해리포터 게임의 시작이다. 실제 챗GPT를 활용해 직접 해리포터 게임을 해본 결과 다양한 스토리로 게임은 전개된다. A, B, C, D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고르면 주문을 외운 뒤 에너지를 소모하게 돼 ‘체력’이 80으로 떨어진 후 스네이프 교수를 만나 또 A, B, C, D 중 선택지를 고르게 되는 등 이야기는 계속 전개된다. 비록 게임 속 화려한 영상은 없지만 분명 하나의 세계관을 가지고 이야기는 형성된다. 매우 기초적인 수준의 게임이지만 챗GPT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오픈AI의 챗GPT가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자 게임업계도 AI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리포터 게임의 예시처럼 간단한 게임의 시나리오를 챗GPT가 쉽게 써 내려갈 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게임의 경우 챗GPT가 소스 코드를 쏟아내기도 한다. 그간 AI를 게임에 활용하고 관련 연구를 해 오던 게임업사는 챗GPT의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챗GPT는 간략한 게임 시나리오와 코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매우 기초적인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AI가 고도화된다면 보다 다양하게 게임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챗GPT는 텍스트 기반으로 간략한 선택형 게임을 전개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A~D 옵션 기반의 텍스트 게임을 직접 이용자와 계속 플레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게임 시나리오도 작성한다. 예컨대 실제 “판타지 장르의 MMORPG 게임 시나리오를 작성해달라”라고 명령했더니 챗GPT는 “그림자 용들의 등장”이라는 4문단 분량의 간단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알데니아’라는 왕국의 젊은 탐험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평범한 내용이었으나 충분히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챗GPT는 이 게임 내 플레이어 1과 플레이어 2 사이의 간략한 대화를 여럿 작성하기도 했다.
챗GPT는 슈팅게임 등 가장 기본적인 게임의 경우 파이선 소스 코드를 작성할 수도 있다. 실제 챗GPT에 “테트리스 게임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더니 파이선의 게임 개발용 라이브러리인 파이게임을 활용해 테트리스 게임을 개발하는 방법과 구체적인 코드까지 제시했다. 게임의 속도 등을 일부 개발자가 보완한다는 전제하에 기본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을 챗GPT를 활용해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게임업계 설명이다.
그간 AI를 게임에 직접 활용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게임사 역시 챗GPT의 등장을 주시하고 있다. 지금 당장 챗GPT를 AI 개발 과정 등에 직접 활용하지는 않아도 관련 사안을 주의 깊게 보며 참고하고 있다고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실제 이세돌 9단과 은퇴 기념 대국을 진행했던 AI 역시 NHN에서 바둑 게임을 위해 개발한 AI ‘한돌’이었을 정도로 게임업계 AI 발전 속도는 빠르다.
2011년 AI랩을 열고 AI챗봇 등 관련 연구를 지속해 온 엔씨소프트는 AI 기술 기반으로 야구정보 애플리케이션 ‘페이지’ 서비스를 지난해까지 제공하고 날씨 기사 작성 AI를 개발하기도 했다. 넷마블도 게임버그 탐지 감지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AI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넥슨 역시 게임 유저 지표 분석, 불법 프로그램 탐지 기능 AI 등을 개발하기 위해 AI랩을 운영 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게임사가 직접 개발이나 시나리오 개발에 AI를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챗GPT의 등장 등을 미뤄볼 때 관련 기술이 계속 개발된다면 AI를 보다 넓은 범위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윤세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대학원 교수는 “현재 챗GPT는 초기 버전이고 뒷단에서 AI가 더 트레이닝된다면 언어모델 사이즈가 더 커지고 더 많은 지식 정보가 나올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AI가 만드는 게임 시나리오의 문장도 더 자연스럽고 스토리도 더 풍부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윤 교수는 “복잡한 게임은 지금 당장 AI가 만들 수 없지만 다양한 요소가 게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