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3년

‘브레그레트’(Bregret)가 된 브렉시트···경제 활력 사라진 영국

정원식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동부 에식스 그레이스에서 한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약국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동부 에식스 그레이스에서 한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약국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늘 밤 우리는 EU를 떠난다.”

2020년 1월31일(현지시간)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금은 여명이 밝아오고 무대의 커튼이 걷히면서 위대한 국가의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이라면서 “우리는 이 기회를 놀라운 성공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1시 영국은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7년 만에 EU를 떠났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영국 보수당 정부는 영국이 EU를 떠나면 유럽 이외에 다른 국가들과 자유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해 더 큰 경제적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영국의 현실은 당시의 장밋빛 예측과 정반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9일(현지시간) “‘브레그레트’(Bregret·브렉시트에 대한 후회)가 커지고 브렉시트가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면서 브렉시트 3주년을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전했다. CNN은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의 경제적 기초에 균열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주요 7개국(G7) 중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경제 규모가 줄어든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영국 예산책임처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은 2.6%, 캐나다는 1.7%, 이탈리아는 1.1% 성장했다. 이어 프랑스( 0.9%), 일본(0.6%), 독일(0%) 순으로 나타났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의 존 스프링포드 부국장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년 2분기를 기준으로 할 때 영국은 브렉시트를 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GDP는 6% 감소하고 투자는 11%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영국 물품 무역은 브렉시트 이전보다 7%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영국은 2020년 12월 EU와 무역협정을 타결해 대부분 상품에 대해 관세 장벽을 없앴으나 통관절차가 복잡해지고 동식물에 대한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이 강화되면서 중소규모 업체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여기에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된 2016년 6월 이후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19% 하락하면서 가계 부담은 늘었다.

레스토랑부터 트럭 운송업체에 이르기까지 여러 산업 부문의 노동력 부족도 심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그만둔 영국인들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브렉시트 이후 유럽으로 돌아간 EU 출신 노동자들이 많아진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지난 17일 CER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주로 저숙련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력 33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6월 기준 영국 내 전체 외국인 중 EU 국가 출신은 약 20%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 이전인 2015년(약 50%)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레스토랑은 영업을 쉬는 경우가 늘어나고 호텔도 숙박 가능한 객실의 숫자가 줄어드는 등 불편이 가중됐다. 2021년 하반기에는 트럭운전사 부족으로 주유소, 슈퍼마켓,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물류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유로스타는 브렉시트로 인한 번거로운 수속 절차와 코로나 여파가 겹치면서 수용 가능 인원의 약 70%만 채운 채 운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는 영국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도 브렉시트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근무조건이 악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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