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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신약 개발, 지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신약 단축키 AI]①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2억개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 활용한 신약 개발 기회 열어…R&D 효율↑

알파폴드로 예측한 단백질의 3차원(3D) 구조들 [사진 딥마인드]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인공지능(AI)은 여러 디지털 기술 중에서도 신약 개발의 효율을 높일 방법으로 꼽힌다. 기존에 알려진 표적 물질과 질환의 특성, 임상 자료를 학습해 신약이 될 가능성이 큰 후보물질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백질의 3차원(3D) 구조를 예측하는 AI가 공개돼 이런 기대를 키우고 있다.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가 주인공이다. 딥마인드는 지난해 알파폴드로 예상한 2억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공개했다.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된 셈이다.

AI는 후보물질 발굴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와 임상 참여자 모집 등 신약 개발의 다양한 과정마다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 개발 기업의 숙제 중 하나가 연구개발(R&D)의 효율을 높이는 것인 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은 경기 불황에도 AI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관심이 더 구체화되고 있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네트워킹 행사에서 만난 글로벌 제약사들의 궁금증은 ‘당신들의 기술로 (신약 개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였다. 최근에는 질문이 바뀌었다. ‘임상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AI로 해결하고 싶은데, 당신들은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로 말이다”고 말했다.

“AI로 R&D 효율·협상력 높여”

AI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많아지면 신약 개발에서 AI의 활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승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연구자들은 AI를 통해 바이오 데이터로부터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100여 년 동안 DNA와 단백질 구조는 물론 차세대 시퀀싱 기술이 개발되고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등 AI 신약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가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자가 일일이 데이터를 찾아서 분석하던 작업은 분자와 단백질의 유사성, 관계 등을 학습한 AI가 자동으로 수행하면 업무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정 표적 단백질에 대한 활성 물질을 새롭게 찾아내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AI가 기존에 알려진 물질을 참고한다면 새로운 물질을 찾은 일이 다소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AI는 기반 기술을 활용해 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온 기업들의 협상력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AI 신약 개발 기업인 스탠다임의 칼 포스터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최근 미국의 AI 전문매체 유나이트닷에이아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신약 개발 기업들이 AI를 활용하면 시장 내 입지와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가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아낼 때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라며 “자금이 부족한 생명공학 기업들의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인사이더 인텔리전스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는 질병이나 약물을 예측해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7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포스터 CBO는 “투입 비용이 줄어들면 생명공학 기업과 제약사는 R&D 예산을 더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는 가상의 운영 모델도 가능하게 해 고정 설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발선 선 AI 신약 개발…풀어야 할 과제도

그러나 AI를 활용한 신약이 시장에서 실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신약 후보물질도 적고, 임상 중인 후보물질이 모두 치료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초기 단계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은 50여 개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최근 설립됐고,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인 약물 탐색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 책임연구원은 “약물 탐색 단계에 AI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신약 개발 기간을 크게 줄이기 어렵다”며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살펴보면, 약물 탐색 이후 실험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AI로 신약 개발 기간을 파격적으로 줄이려면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로선 AI 신약 개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 데이터도 부족하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특히 딥러닝을 활용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문이나 특허로 공개된 자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예측 데이터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사업을 진행할 수는 있다”면서도 “약물 최적화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이런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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