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은 '2023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은 '2023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올해 증권회사들의 수익성은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로 수익이 크게 둔화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투자은행 등 전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자산운용회사들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공모펀드 시장 보수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도 순이익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은 지났다' 증권시장 올 하반기 개선될 듯

자본시장연구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센터에서 '2023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의 올해 시장 전망과 핵심 현안을 제시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올해 증권산업 전망에 대해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반기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작년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증권시장이 올해는 하반기 들어 개선될 것이란 시각이다.

이 연구원은 올해 증시가 되살아나면서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봤다. 작년 고금리에 자금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IPO 시장은 얼어붙었다.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등 연초부터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업체가 잇따랐다. 작년 상장 철회 기업은 13곳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 연구원은 "작년 연기된 대형 IPO 딜이 재추진될 수 있다"며 "시장에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회복하면 IPO 규모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상증자에 대해선 "고금리에 채권시장 조달 비용마저 증가했다"며 "증시 회복에 따라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증권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디지털자산'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올해 발행·유통이 허가된 '토큰 증권'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퍼진 상태다. 이 연구원은 "토큰 증권 도입 기대로 증권회사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함께 참석한 김준석 자본연구원 연구원도 "토큰 증권이 규제 틀 안으로 들어오게 됐기 때문에 다양한 신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며 "증권 발행 유통의 혁신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운용시장 '흐림' 지속…하반기 업황 반전 가능성도

운용업의 경우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작년 자산운용사들의 순자산 성장률은 전년(12%) 대비 감소한 5%를 기록했다. 특히 공모펀드 순자산은 전년보다 9% 축소해 역성장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도 자산운용사들의 순이익 둔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공모펀드 시장 평균 보수율이 2019년(0.61%), 2020년(0.54%), 2022년(0.47%) 등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고수익 영역인 사모펀드 성장 둔화세도 상반기 중엔 지속될 전망"이라며 "부채원리금 상환이 크게 늘어난 가계 부문의 위험자산 투자여력이 축소된 점도 부정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하반기 들어선 둔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낮아진 밸류에이션, 각국 기준금리 인상의 촉매제였던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둔화, 기관투자자들의 축적된 현금보유 규모 등 긍정적인 요인들도 여럿이어서 올 한 해 자산운용시장 규모의 성장세는 작년보다는 다소 반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김 실장은 △기업구조조정 증가에 따른 PEF 역할 확대 △사모펀드 시장의 경쟁 격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에 따른 dDC 운용시장의 변화 △ESG 펀드시장의 부진과 반등 가능성 △연금개혁 논의의 본격화 등을 올해 주요 이슈로 꼽았다.

배당절차 선진화·퇴직연금 운용규제 정비…"하나씩 풀어가겠다"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은 '2023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발표 중인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의 모습. 사진=신민경 기자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은 '2023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발표 중인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의 모습. 사진=신민경 기자
금융당국은 우리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발걸음에 보다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는 작년 5월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 청구권,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도, 상장폐지 절차 개선 △공 매도 과열종목 지정 확대와 대차거래 모니터링 강화 등 공매도 제도 개선 △불공정거래자에 대한 상장자 임원 선임 제한 등 여러 과제들을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현재 해결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해,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계류로 미뤄지고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에 속도를 내고,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와 관련해선 올 3월 말까지 인가 신청을 받아 연중 신규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유사투자자문업자 규제 강화,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대량보유보고의무(5%룰) 제도 개선,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IPO 시장의 건전성 제고 등의 과제도 손질에 나선 상태라고 전했다.

향후 추진 과제로는 △외국인투자자 등록제 폐지 △영문공시 단계적 확대 △배당절차 선진화 △토큰증권 발행·유통 체계 마련 △공모펀드·주식형펀드 등 간접투자 활성화 △하이일드펀드, ISA 기능 제고 △퇴직연금 운용규제 정비 △ESG 공시 △리스크 관리 및 시장 안정 △회계제도 평가·보완 등을 언급했다.

이 국장은 "국정과제 제도화와 국제 정합성·선진화, 주주·투자자 권익보호, 혁신성장 지원 등 다차원적으로 감안해 현안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며 "외국인 투자가 됐건, 개인 투자가 됐건 우리 자본시장에 돈이 몰리고 거기에서 소득을 창출해 선순환을 내는 자본시장의 터를 갖추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궁극적으로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민경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