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초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하면서 주요 우량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외국인 지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나 지난해 하락폭을 키웠던 종목이 올 들어 외국인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기관투자자들도 매수에 동참하면서 17일 하락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연초 대비 6%가량 올랐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을 대상으로 작년 말과 지난 16일 외국인 지분율을 비교한 결과 72%(144곳)는 올 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기간 3조2000억원 넘게 코스피 주식을 사들인 영향이다. 코스피 시장 전체로도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30.78%에서 31.56%로 보름 새 0.78%포인트 늘어났다.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호텔신라는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18.38%에서 20.99%로 2.61%포인트 늘었다.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 호텔신라는 중국의 봉쇄 해제에 힘입어 면세사업이 정상화될 전망이다. 이날 호텔신라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11만원으로 상향한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시내면세점 실적에 아직 반영되기 전"이라며 "공항면세점도 여행객 증가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은 정보기술(IT) 부품으로 다르지만 삼성전기도 비슷한 사례다. 삼성전기의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28.33%에서 29.83%로 1.5%포인트 증가했다. 핵심 수익원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관련해 중국 시장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 주가는 중국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MLCC 수익성이 악화되자 지난해 약 34% 하락했지만 올해 13%가량 상승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지난해 크게 부진했던 스마트폰 수요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15만5000원에서 18만원으로 올렸다.

작년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에 대해서도 외국인들은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공급사인 OCI는 주가가 작년 고점(14만6000원) 대비 반 토막 수준인 7만8100원까지 내렸다가 올 들어 11% 반등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12.12%에서 14.3%로 상승했다. OCI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17.94%에서 19.36%로 1.42%포인트 증가했다. 주가도 올해 6.8%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판매가격 하락에 따른 적자폭 확대로 작년에만 주가가 49%가량 떨어진 바 있다.

배당락을 기점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내던 기관투자자들도 최근 매수세에 동참하면서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기관투자자들은 16일까지 코스피에서 약 480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대형 반도체 종목과 카카오 등 인터넷 업종에 기관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연기금이 이 기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로 10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다음으로 SK하이닉스(666억원)를 많이 담았다. 자산운용사(투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888억원, 766억원가량 순매수했고 카카오(553억원)가 뒤를 이었다. 사모펀드 역시 삼성전자(483억원) SK하이닉스(295억원) 카카오(282억원) 순서로 비중을 늘렸다. 향후 경기 반등과 금리 인상 종결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승장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부진한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누적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실적 시즌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국내 증시가 싼 구간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이익 기준 MSCI 한국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8배다. 이는 비교 대상인 MSCI 신흥국지수 PER 12.4배를 웃도는 수치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신흥국 시장 대비 높은 평가를 받은 구간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초를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며 "주식을 늘리기보다 업종과 종목을 교체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민우 기자]